세계의 이목을 끈 알파고(AlphaGo)와 이세돌 9단의 역사적 대결이 끝났다. 알파고는 마지막 다섯 번째 대국에서 인류 대표 이 9단을 불계승으로 물리쳤다. 4 대 1 완승이다. 그래도 이 9단이 1승을 거둬 알파고의 기능적 한계를 확인했다는 분석도 있지만, 첫 판에서 이미 인공지능(AI)의 엄청난 위력이 확인된 만큼 그 뒤의 승패는 사실상 큰 의미가 없었다. 설령 이 9단이 4승1패 내지 3승2패로 승리를 거뒀더라도, AI의 발전 속도로 볼 때 알파고의 궁극적 승리는 예견된 수순이었던 셈이다.
이제 인류의 관심은 인간 지능을 능가하는 AI 기술이 삶에 침투한, 미래 사회의 모습에 쏠리고 있다. 알파고를 만든 구글의 에릭 슈미트 회장은 “AI가 발전하면 인간이 더 똑똑해지고 세상이 더 좋아질 것”이라고 낙관론을 폈다. 그럼에도 알파고의 승리를 목도한 많은 사람들이 기계시대의 도래와 인류의 종말을 떠올리는 게 사실이다. 정보기술(IT) 혁명으로 수많은 직업이 역사 속으로 사라져간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1980년 미국 노동력의 8.2%가 신기술과 연관된 새 일자리로 옮겼으나, 2000년대에는 그 비율이 0.5%로 축소됐다. AI 같은 첨단기술일수록 관련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속도가 늦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실제 콜센터 등 단순 업무는 물론 날씨예보 주식투자 의료 법률 언론 등 전문영역까지 AI에 잠식당하고 있다. 올해 초 다보스포럼에선 향후 5년 내 700만 개의 일자리가 기계로 대체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나왔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거대 자본이 AI에 기반한 로봇 사물인터넷 등 융합기술을 장악할 경우 1 대 99가 아닌 1대 999의 세계가 열릴 수도 있다는 점이다. 또 북한과 같은 세력이 AI 기술을 탑재한 군사용 로봇을 대량인명살상 목적으로 활용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인류는 그 동안 다이나마이트, 원자력, 로켓 등의 신기술이 인류 문명을 파괴하는 대재앙을 여러 차례 경험했다. 스티븐 호킹 교수가 “인류는 100년 내 AI에 의해 끝장이 날 것”이라는 섬뜩한 경고를 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그렇다고 AI 시대의 도래를 무조건 거부할 것은 아니다. 인류 역사를 보면 기술의 진보를 통해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시킨 사례도 많다. 산업혁명을 잘 관리한 영국 등이 그런 예에 속한다. AI 혁명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대세가 됐다. 이제 인류가 어떻게 AI를 통제하면서 행복한 사회시스템을 갖추느냐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우리도 AI 기술을 제어할 국제협약 등에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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