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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저돌적이고 변화무쌍한 기풍… AI 테스트에 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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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저돌적이고 변화무쌍한 기풍… AI 테스트에 최적"

입력
2016.03.15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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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에서 취재진들이 이세돌-알파고의 제5대국을 지켜보며 취재 경쟁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15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에서 취재진들이 이세돌-알파고의 제5대국을 지켜보며 취재 경쟁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구글 딥마인드는 인공지능 알파고의 상대로 왜 세계랭킹 1위 중국의 커제(19) 9단 대신, 랭킹 4위 이세돌(33) 9단을 낙점했을까. 이세돌의 바둑 기풍이 알파고와 대결에 가장 적합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보통의 프로 기사들이 3시간 이상의 대국이 지속될 때도 돌부처처럼 미동조차 하지 않는 반면 이세돌은 간간이 미소도 짓는 등 표정 변화가 큰 편이며 인터뷰에서도 자신의 생각을 여과 없이 드러내는 당돌함으로 화제가 되곤 했다. 이세돌의 당돌함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일화로는 “당연히 내가 최고다. 자신이 없다. 질 자신이…”가 꼽힌다.

그런 성향에서 비롯된 이세돌의 기풍에 대해 동료 기사들은 “이세돌은 저돌적이고 변화무쌍하며 전투에 강하고 반전을 즐긴다”고 입을 모은다. 프로 기사들의 수 읽기 능력이 비슷하다고 볼 때 이세돌은 보다 짧은 시간 안에 직관적으로 수를 읽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평가다.

때문에 이세돌이 알파고와 대결 상대로 가장 ‘적합한’ 연산 능력을 지니고 있으며, 아울러 이세돌의 이런 특징을 알파고가 학습할 경우, 이를 바탕으로 보다 업그레이드 된 인공지능 개발에 활용할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세돌이 알파고에게 승리한 지난 13일 4국 종료 후 구글 딥마인드의 데이비드 실버 박사는 “알파고에게 중요한 점은 스스로 학습하는 것이다. 허점이 있을 수밖에 없고 개발자는 허점을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세돌 9단이 15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인공지능 (AI) 프로그램 알파고(AlphaGo)와의 마지막대국에 참석하고 있다. 홍인기기자 hongik@hankookilbo.com
이세돌 9단이 15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인공지능 (AI) 프로그램 알파고(AlphaGo)와의 마지막대국에 참석하고 있다. 홍인기기자 hongik@hankookilbo.com

하지만 이세돌은 이번 대국에서 구글이 원했던 통통튀는‘이세돌 기풍’의 대국을 즐기지 못했고, 보통의 프로 기사들에게서 볼 수 있는 신중하고 차분한 모습뿐이었다. 초반엔 인공지능과 대결, 세계적 관심이라는 심적 부담을 이기지 못했고, 인간 세계에선 볼 수 없던 알파고의 수에 대응하지 못하다 보니 전매특허인 공격적인 성향은 온데간데 사라졌다. 양재호 한국기원 사무총장은 15일 “이세돌이 전반적으로 과도하게 침착했고, 너무 신중했다. 자신의 스타일대로 대국을 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이를테면 돌부처 이창호의 기풍으로 알파고를 상대했다는 의미다. 그러나 이세돌과 알파고의 제5국 현장 해설에 나선 김성룡 9단은 “이세돌 9단이 전성기의 이창호 9단을 불러내서 두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알파고가 놓은 수들이 언뜻 의미를 헤아리기 어려워 보였지만, 결국에는 승리로 가는 징검다리들이었던 것으로 드러나 프로기사들을 놀라게 했다는 것이다. 앞서 김만수 8단도 3국에서 알파고의 패싸움을 보며 이창호 9단이 떠오른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프로기사들은 4승1패로 완승을 거둔 알파고에 대해서는 ‘기풍’을 찾아볼 수 없었다고 혹평을 했다. 이다혜 4단은 “인공지능이기 때문에 오로지 이기기 위한 최선의 수를 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혜연 9단은 “알파고를 상대로 이세돌 9단만큼 대국을 치를 프로기사가 많지 않다”며 이 9단의 1승을 높이 평가했다. 조 9단은 그러나 “바둑의 깊이가 알파고를 통해 드러났다”며 “바둑으로 인공지능도 진화하고, 우리도 같이 바둑의 깊이를 알게 돼 아주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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