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정성을 다한들 / 당신은 모르는 척 모릅니다 / 그렇게 평생을 살아갈 당신이기에 / 나도 기대하지 않고 포기한 듯 / 그렇게 살아가렵니다 / 불행도 행복도 아닌 삶이지만 / 내 안에 기쁨을 주는 다른 이가 / 오직 한 분 있습니다” ‘오직 한 분’
청주에서는 ‘시 쓰는 할머니’로 이름이 알려진 이월순(79ㆍ충북 청주시 청원구 사천동)씨가 여섯 번째 시집을 냈다. ‘왜 나는 그를 사랑하나’는 목회자의 아내로서 외로운 길을 꿋꿋이 걸어온 과정과 소회를 그린 서정시 74편을 담고 있다.
이씨는 환갑을 맞은 1997년 글을 쓰기 시작했다. 우연히 동네 우체국에서 무료 인터넷 교육을 받은 것이 계기가 됐다. 그 전까지 5남매를 키우는 평범한 주부로 정신 없이 살았던 그는 인터넷 문학사이트를 들락거리며 글쓰기의 매력에 빠졌다.
한평생 억눌러 왔던 재능을 풀어내기 시작한 그는 1999년 뇌경색으로 쓰러져 병상에 있을 때도 글쓰기를 놓지 않았다. 이런 열정으로 그는 시, 수필, 아동문학 등 3개 부문에서 나란히 등단하며 왕성한 창작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금까지 쓴 시와 수필만 1,000편이 넘는다.
이 작품들은 ‘풀부채 향기’(1997년) ‘내 손톱에 봉숭아 물’(2000년) ‘할머니의 귀여운 젖통’(2013년) 등 세 권의 시집과 동시집 ‘바보 같은 암소’(2009년) 수필집 ‘질그릇’(2009년)으로 세상에 알려졌다.
이씨의 가족 중에는 작가가 많다. 남편 이익상(75) 목사는 ‘구름 사이로 다니는 목사’ 등 4권의 책을 펴낸 작가고, 맏아들 이대성(56ㆍ청주 벨로체악기사 대표)씨는 수필 ‘연날리기’로 월간 ‘문학세계’의 신인문학상을 받은 수필가다. 막내아들 철성(47ㆍ비주얼씨어터컴퍼니꽃 대표)씨는 가족 중 가장 먼저 정통 문학지인 ‘문학과 사회’를 통해 등단해 ‘비파 소년이 사라진 거리’등 3권의 시집을 냈다. 지금까지 이씨 가족이 펴낸 책은 15권이나 된다.
뇌경색 후유증으로 지금도 병마와 싸우고 있는 이씨지만 창작 열의는 젊은이들 못지 않다. 온종일 문학사이트를 드나들며 책을 보고 글을 쓰며 지낸다. 그는 “글 쓰는 순간이 그저 즐겁고 행복하다”고 했다.
이씨는 언제나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글을 쓴다고 한다. 이씨는 “문학과 함께하는 시간이 갈수록 소중해진다”고 말했다.
청주=한덕동기자dd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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