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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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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

입력
2016.03.15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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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보 감독은 “앞으로는 지금까지 했던 진지한 영화보다는 무질서하면서 사회문제도 담는 재미있는 영화에 도전해보고 싶다”며 포부를 밝혔다. 이정현 인턴기자
오미보 감독은 “앞으로는 지금까지 했던 진지한 영화보다는 무질서하면서 사회문제도 담는 재미있는 영화에 도전해보고 싶다”며 포부를 밝혔다. 이정현 인턴기자

일본의 차세대 실력파 감독으로 인정받고 있는 재일동포 오미보(39) 감독이 네 번째 장편영화 ‘너는 착한 아이’의 개봉(24일) 앞두고 한국을 찾았다. ‘너는 착한 아이’는 오 감독 작품 중 처음으로 국내 개봉한다.

‘너는 착한 아이’는 아동학대를 주요 소재로 다루며 자폐아동과 노인치매 등 민감한 여러 사회 문제를 녹인다.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삼은 이 영화로 오 감독은 지난해 모스크바국제영화제에서 아시아 신진 감독들을 대상으로 하는 넷팩(NETPAC) 심사위원상을 받았고, 올해 브졸국제아시아영화제 비평가상을 수상했다. 15일 오전 서울 강남구의 한 호텔에서 만난 오 감독은 “이번 영화는 나 자신에게 많은 의미가 있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재일동포로서 고국의 관객들에게 자신의 영화를 첫 선을 보이는 게 “의미 있는 일”이라고도 했다. 일본에서 나고 자란 재일동포 3세인 오 감독은 “영화가 한국 관객들에게 어떻게 다가갈 지 궁금하다”며 걱정을 나타내기도 했다.

아동학대에 대한 가슴 아픈 뉴스가 끊이지 않는 이 때 오 감독의 영화는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온다. 영화는 어린 딸 아야네를 학대하는 젊은 엄마 미즈키(오노 마치코)와 미즈키의 이웃이면서 두 아이를 사랑으로 키우는 오오미야(이케와키 치즈루), 아버지에게 학대 받는 학생을 지키고 싶은 초등학교 교사 오카노(코라 겐고)의 이야기를 담았다. 어릴 적 부모의 학대로 인한 상처로 딸에게 손찌검까지 하는 미즈키는 겉으로 보기에는 그저 평범한 엄마다. 그녀의 아픈 기억은 담뱃불로 지져지며 생긴 손의 흉터만이 말해줄 뿐이다. 그 손으로 딸 아야네를 학대하게 되는 폭력의 대물림이 안타깝기 만하다.

“이 영화를 모스크바영화제에서 첫 상영했을 때 한 러시아인이 ‘전 세계의 문제’라며 눈물을 보이셨어요. 지난해 일본에서 개봉했을 때도 여자 관객이 저를 붙잡고 오열했습니다.. (아동학대는)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문제이니까요.”

9개월 딸을 둔 오 감독이 엄마로서 느끼는 감정은 남다르다. 그는 영화를 다 찍은 뒤 후반 작업을 할 때 결혼도 하고 임신을 했다. 오 감독은 “출산 후 아이를 키우면서 이번 영화를 준비했더라면 아마 (가슴이 아파)완성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족이야기를 주로 그려온 오 감독은 여느 재일동포 감독들과는 다른 행보로도 주목 받는다. 유명 재일동포 감독으로 꼽히는 양영희 최영일 이상일 감독들과는 달리 일본인으로 사는 재일동포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영화 속에 묻어나지 않는다. 그는 “다른 재일동포 감독처럼 조선학교를 다닌 경험이 없고 한국말을 아예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만약 민족적 정체성에 대해 표현한다면 발을 땅에 닿지 못하고 붕붕 떠다니는 기분”이라고도 고백했다.

오 감독은 오사카예술대학에서 영상학을 전공했고, 일본의 유명감독 오바야시 노부히코 감독의 사무실에서 스크립터로 일하며 영화계에 발을 들였다. 그는 영화 현장에서 한 재일동포 조감독을 만나면서 자신의 민족적 정체성과 마주하게 됐다. 그는 이후 오미보라는 한국 이름을 사용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

“엔딩 크레딧에 올라가는 이름을 놓고 그 조감독이 ‘지금부터 사회인으로 살아갈 텐데 괜찮겠느냐’며 제 안에 뜨거운 무언가를 전해줬습니다. (한국)이름을 제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는 걸 그 때 처음 안 것이죠.”

강은영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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