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 크러쉬(Girl Crush)’라는 말이 유행이다. 여성이 여성에게 환호하는 현상이나 그러한 환호를 유발하는 여성을 의미한다. 여자골퍼 세계에서도 ‘걸 크러쉬’는 존재한다. 세계 최고의 실력을 자랑하는 한국 여자골퍼들의 우상에도 여자가 많다. 태극낭자들은 자신의 우상으로 남자 선수인 타이거 우즈(41)나 잭 니클라우스(76ㆍ이상 미국)보다는 같은 여성인 아니카 소렌스탐(46ㆍ스웨덴)이나 줄리 잉스터(56ㆍ미국)를 꼽는다.
소렌스탐파 “골프도, 은퇴 후 인생도 프로”
소렌스탐파의 대표주자는 김효주(21ㆍ롯데)다. 그는 자신의 롤 모델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한결같은 대답을 한다. 그는 늘 “소렌스탐을 닮고 싶다. 골퍼로서 훌륭한 업적을 남겼다. 은퇴 후 활발하게 활동하는 모습도 본받고 싶다. 골프도 인생도 프로다”고 말한다. 김효주는 2014년 에비앙 챔피언십 우승 직후 롤렉스 아니카 어워드 시상을 위해 대회장을 찾은 소렌스탐과 기념사진을 찍었다. 소렌스탐은 김효주를 두고 “LPGA 투어를 이끌어 갈 재목이다”고 평가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활동하고 있는 소렌스탐파로는 안신애(26ㆍ해운대비치골프앤리조트)와 박지영(20ㆍ하이원리조트)을 들 수 있다. 안신애는 지난해 본보와 인터뷰에서 “골프를 대하는 자세나 노력하는 모습이 존경스럽다. 실력은 두 말 할 필요도 없다. 여러 면에서 본받고 싶다”며 소렌스탐에게 경의를 표했다. ‘신인왕’ 박지영도 “꾸준히 좋은 성적을 냈다”며 전미정과 함께 소렌스탐을 우상으로 언급했다.
소렌스탐은 LPGA 투어 통산 72승, 메이저 10승에 빛나는 전설적인 골퍼다. 단일 시즌 최다승(11승)과 단일 라운드 최저타수(59타) 기록도 보유하고 있다. 1994년 데뷔한 그는 2008년까지 꾸준히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소렌스탐(2003년)은 루이스 석스(1957년), 미키 라이트(1962년), 팻 브래들리(1986년), 잉스터(1999년), 캐리 웹(2001년), 박인비(2015년) 등과 함께 LPGA 사상 커리어 그랜드슬램(4개 메이저대회 석권)을 달성한 7명 중 한 명이다.
잉스터파 “장수 골퍼, 가정도 지킨 ‘여자’”
잉스터는 여자골프 ‘장수(長壽)’의 아이콘이다. 투어에서 오래 뛰고 싶은 선수들은 대개 잉스터를 본받고 싶어 한다. 지난 시즌 KLPGA 3승을 거둔 고진영(21ㆍ넵스)은 최근 “50대의 나이에도 비거리가 20대 초반인 나와 비슷하고 쇼트 게임 능력도 여전하다”며 잉스터를 닮고 싶다고 말했다. 고진영은 “잉스터처럼 팬들과 자주 소통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며 함께 찍은 사진을 휴대전화 배경화면으로 지정해놨다고 덧붙였다.
KLPGA 베테랑 김보경(30ㆍ요진건설)도 2005년 함께 뛴 일화를 소개하며 “연배가 어머니뻘인 데 골프 실력도 대단하고 사람도 좋다”고 잉스터에게 존경을 표했다. 미녀골퍼 윤채영(29ㆍ한화)과 김하늘(28ㆍ하이트진로), 박결(20ㆍNH투자증권), 최혜정(32ㆍ볼빅) 등도 잉스터를 본받고 싶은 골퍼로 첫 손에 꼽았다. 이들은 잉스터에 대해 “행복한 가정을 꾸려 여자로서의 삶도 포기하지 않으면서 골프를 즐기는 모습이 보기좋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잉스터는 대표적인 ‘엄마 골퍼’다. 그는 환갑에 가까운 나이에도 딸뻘 선수들과 경쟁을 펼치고 있는 살아있는 전설이기도 하다. 1983년에 데뷔한 잉스터는 프로 통산 41승, 메이저 대회 7승을 기록했다. 그는 2000년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인천국제공항 인근에 위치한 스카이72 골프클럽은 잉스터에게 한반도 모양의 오션코스 18번 홀을 헌정했다.
박종민기자 mi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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