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알파고
흑 이세돌
<장면 2> 알파고는 구글이 2014년에 인수한 영국의 신생벤처기업 딥마인드가 개발한 세계 최강 인공지능 바둑프로그램이다. 작년 말에 유럽바둑챔피언인 중국 프로기사 판후이에게 호선으로 다섯 판을 내리 이겨 세계 바둑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하지만 국내 바둑계는 당시 기보를 검토한 결과 알파고의 기력이 아직 세계 정상급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평가하고 모두들 이세돌의 압승을 예상했다.
이세돌도 상대를 너무 쉽게 생각했던 것 같다. 때 이르게 이상한 착수가 등장했다. 우변에 1로 벌린 게 고수들의 바둑에서 잘 나오지 않는 어정쩡한 수다. 알파고가 당장 2로 우상귀에 걸치자 응수가 마땅치 않다. 우선 <참고1도>처럼 기본정석 수순을 밟는 건 우변 흑돌의 위치가 낮아서 이른바 고저장단이 맞지 않는다.
그래서 이세돌이 3으로 협공했다. <참고2도>처럼 진행되면 1, 3 때 흑이 선수를 뽑아 4로 상변의 요처를 차지할 수 있어서 만족이다. 하지만 알파고가 상대의 의도를 알아챘는지 4부터 11까지 선수 처리한 다음 반대로 자기가 먼저 12를 차지했다. 알파고의 기력이 만만치 않음을 느끼게 하는 장면이다.
박영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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