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역사상 첫 여성 회장이 나왔다. 1988년 5월 민변 출범 이후 28년 만에 처음으로 경선으로 치러진 회장 선거에서 정연순(사진ㆍ49ㆍ사법연수원 23기) 민변 부회장이 당선됐다. 진보적 법률전문가 단체라는 민변의 정체성을 중시해달라는 회원들의 뜻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4월 회원 1,000명 시대를 맞으며 민변이 나아갈 길을 의논하자는 소속 변호사들의 의견이 반영된 이후 치러진 선거여서 법조계의 주목을 받았다.
14일 민변에 따르면 정 당선자는 이번 선거에서 투표자 655명의 표(무효 2표) 중 400표를 얻어 61%의 지지를 받으며 상대 후보인 이재화(53ㆍ연수원 28기) 민변 사법위원장을 147표차로 누르고 제12대 민변 회장을 맡게 됐다. 회원 1,020여명 중 선거권자는 940명으로 투표율은 69.58%를 기록했다. 정 당선자는 올 5월 28일부터 2년 임기로 민변을 이끈다.
정 당선자는 “박근혜 정부 들어 심각해진 민주주의와 인권을 퇴행을 저지하고, 시민과 함께 하는 민변이 되기 위해 다양한 공익활동을 전개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지난달 입후보 등록을 하면서 “법률전문가 단체라는 민변의 전문성을 더욱 강화하면서 현 정권에서 민주주의와 인권이 위협 받거나 침해되는 현장에 즉각적으로 대응하는 체제를 갖추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이에 따라 노동 탄압과 집회현장에서의 체포, 소수자 차별 등에서 현장 대응을 강화하고, 기획소송과 공익변론사업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정 당선자는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1994년 사법연수원을 졸업한 뒤부터 22년간 줄곧 민변에 몸담았다. 민변에서 여성위원장(2001~2002년)을 거쳐 여성 첫 사무총장(2010~2012년)을 지낸 뒤 2014년부터 부회장을 맡았다. 오랜 집행부 활동으로 애초 유력한 차기 회장으로 손꼽혀왔다. 그는 여성과 인권 분야에서 외부활동을 많이 해왔다. 한국성폭력상담소 법률자문위원(1994~2005년), 전쟁과 여성인권박물관 공동건립추진위원장(2004년), 국가인권위원회 차별시정본부장(2006~2008년)을 지냈다. 지난 대선에서 안철수 후보 캠프 대변인을 맡기도 했다.
현재 법무법인 지향 대표와 인권재단 ‘사람’ 이사인 그는 백승헌(53ㆍ연수원 15기) 전 민변 회장의 부인이기도 해서 부부가 나란히 민변 회장이 되는 기록도 세웠다.
손현성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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