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14일 친노무현계 좌장인 6선의 이해찬(세종) 의원을 공천에서 배제한 배경은 ‘친노 패권주의 청산’을 앞세워 민심이 이반한 광주와 수도권 표심을 확보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사실상 4ㆍ13 총선 승패의 가늠자인 수도권은 물론 호남에서 새누리당, 국민의당과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것이다. 친노계는 당혹감 속에 공식 입장 표명을 자제했지만, 일각에선 “문재인 전 대표의 향후 행보에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는 반응도 나왔다.
김성수 더민주 대변인은 이날 공천 발표 후 기자들과 만나 “비상대책위 결정이 총선 승리를 위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점을 이 의원이 충분히 이해해 주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당초 이 의원이 탈락 후보군에 포함되지 않았던 사실에 대해 “선거구도 전체를 놓고 고심 끝에 내린 정치적 결단”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 지역구에 대체 인물을 확보하지는 못했지만 전체 선거구도를 고려해 ‘읍참마속’의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이번 결정은 사실상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의 의중이 강하게 반영된 결과라는 후문이다. 이와 관련해 김 대표는 이 의원의 공천 배제 이유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런 이유를 나한테 물어보지 말라”면서 “정무적 판단은 정무적 판단으로 끝나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한 비대위원도 이날 결정을 “광주 민심을 달래고 친노 패권주의를 극복하려는 지도부의 의지”라고 설명했다.
전날까지만 해도 총선 출마의지를 분명히 밝힌 이 의원은 공천 배제 발표 직후 두문불출했다. 이 의원 측은 트위터에 “당의 불의한 결정에 대한 이 후보의 입장을 조만간 밝힐 예정”이라는 글을 올렸고 15일 공식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친노계 인사들과 이 의원 지지자들 사이에선 무소속 출마 요구가 다수인 만큼 이 의원도 무소속 출마 쪽으로 기울었다는 관측이 나온다.
친노계는 “올 것이 왔다”며 당혹해 하는 분위기였다. 한 친노계 의원은 “세종은 단순히 1곳의 지역구가 아니라 충청 전체의 표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곳”이라고 우려했다. 한 친노계 인사는 “광주 민심이 이탈한 것은 잘 싸우는 야당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데다 현역의원에 대한 피로감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이를 친노 책임으로만 몰아붙이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반발했다.
당 내에선 이 의원의 공천 배제가 당장 광주 지역의 지지 회복으로 이어질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특히 이 의원의 무소속 출마에 따른 일부 친노 지지층들의 반발이 가시화할 경우 “산토끼를 잡으려다 집토끼를 잃는 우를 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일각에선 “그 동안 ‘문재인 전 대표 뒤엔 이 의원이 있다’는 오해를 받아왔는데, 장기적으로 볼 때 문 전 대표의 정치 행보가 자유로워지는 계기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때문에 김 대표와 문 전 대표 간 사전 교감이 있지 않았겠느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 12일 김 대표의 비서실장인 박수현 의원이 이 의원의 공천과 관련한 지도부 입장을 문 전 대표에게 전했고, 13일 밤 에도 김 대표와 문 전 대표 간 전화 통화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문 전 대표는 이 의원의 공천 배제 소식에 대해 “드릴 말씀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김회경기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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