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일관계가 좀처럼 제자리 걸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지난해 말 한국과 위안부 협상을 타결한 데 이어 중국과의 관계정상화를 밀어붙이고 있지만 남중국해와 대북제재 관련 입장 차가 발목을 잡고 있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이달 말 미국 워싱턴 핵안보정상회의 기간에 열릴 것으로 예상했던 아베 총리와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정상회담이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고 14일 전했다. 올 봄 개최하려던 고위급 경제대화가 중국측의 난색으로 미뤄진 가운데 관계 개선의 최대 호기마저 무산 위기에 처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 내에서는 “대화의 입구를 닫고 있는 것은 중국쪽”이란 불만이 비등점을 향하고 있다. 특히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무장관이 지난 11일 “중일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대화를 계속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호소한 뒤 올 봄 중국을 방문하겠다는 의사를 전했지만 중국측이 외면해왔다.
외교가에선 중국의 남중국해 군사거점화에 대한 일본의 견제가 이어지자 중국측이 일부러 일본에 ‘무시전략’을 펴면서 외교적 시위를 벌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 8일 기자회견에서 “일본 정부와 지도자는 중국과의 관계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하면서 끊임없이 중국과 말썽을 일으키려 한다”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일본 언론은 북한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미사일) 발사 이후 동북아 정세와 관련 “한미일 3국 공조가 긴밀해진 것을 중국이 초조해하고 있다”는 해석을 덧붙이고 있다.
다만 이런 가운데 기시다 외무장관과 왕이 외교부장이 이날 북한이 올해 1월 4차 핵실험을 한 이후 처음으로 전화회담을 가져 중국 측이 관계개선 속도와 관련한 저울질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나왔다.
한편 일본 정부는 차기 주중 일본대사로 외무성내 ‘중국통’인 요코이 유타카(橫井裕ㆍ61) 주터키대사를 임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에선 한동안 이른바 ‘차이나스쿨’ 출신들이 중국을 지나치게 배려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중국대사로 기용되지 못했었다.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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