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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인공지능 공포

입력
2016.03.1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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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8년 미국 수학자 노버트 위너는 사이버네틱스(cybernetics) 이론을 처음 소개했다. 기계 제어체계에 관한 작동원리를 생물 유기체의 신경계와 관련 지어 연구하는 인공 두뇌학의 일종이다. 이 이론은 기계와 동물의 결정적 차이를 피드백(feedback) 회로의 존재 여부로 봤다. 기계는 열이 나서 불에 타더라도 명령을 계속 수행하지만, 동물은 피드백 과정을 통해 체내의 열을 점검하고 이를 근거로 스스로 중단하는 능력이 있다. 위너는 그래서 항상성을 유지하는 장치가 있는 것에 대해 사이버네틱스라는 이름을 붙였다.

▦‘컴퓨터와 관계가 있는’이라는 뜻의 사이버(cyber)와 ‘망’을 의미하는 넷(net)이 결합한 형태의 이 용어는 인공지능망을 연상시킨다. 하지만 당시는 컴퓨터나 인터넷이 없었다. 사이버네틱스의 어원은 키잡이(舵手)를 뜻하는 그리스어 ‘kybernetes’에서 왔지만 지금 보면 절묘한 용어가 아닐 수 없다. 이후 사이버네틱스 이론은 기계와 컴퓨터 제어분야에서 급속히 발전했고, 자연ㆍ인문ㆍ사회과학, 예술, 스포츠 분야로까지 진출했다.

▦ 인공지능(AI) 분야의 최고 수준인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는 사이버네틱스의 최첨단 형태다. 그러나 결코, 인간 두뇌를 뛰어넘을 수 없으리라 생각했던 인공지능이 인류 대표인 이세돌 9단을 세 차례나 연거푸 꺾으면서 인간에 절망을 안겼다. 이 바람에 전 지구촌이 인공지능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에 떨었다. 이제 인간의 두뇌와 일자리를 인공지능이 대체할 것이고, 인공지능에 오히려 인류가 지배를 당할 것이라는 등의 우려가 크다. 하지만 이세돌이 4번째 대국에서 승리하면서 다시 인류의 자존심과 희망이 복원되고 있다.

▦ 기술진보에 대한 공포는 오래 전부터 있었다. 산업혁명시절 러다이트(Ludditeㆍ기계파괴) 운동, 1980년대 유나보머(Una Bomer) 식 네오 러다이트 운동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인공지능을 제어하는 것은 인간일 뿐, 기술진보의 스위치를 끌 수는 없다. 단지 방향성이 문제다. 일찍이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제3의 물결>에서 “기술발전을 수수방관하거나 낙관하는 것은 우리와 자손의 운명을 파멸로 몰고 갈 것”이라며 “기술발전이 인류의 진화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할 때, 올바른 방향으로 이끄는 게 중요하다”고 충고한 바 있다.

/조재우 논설위원 josus6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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