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여론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김영철의 기획력이 엿보인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 제1위원장이 연일 군사 관련 공개 행보에 직접 나서며 대남 위협을 고조시키는 것과 관련해 김영철 노동당 대남비서 겸 통일전선부장이 김 위원장의 이른바 ‘동선 정치’를 주도하고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여론전에 능한 김영철이 북한 내부 결속을 다지는 한편 남측에는 군사적 위협을 점차 고조시켜 남남갈등을 유발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는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의 3월 대외 활동은 군사 일정 일색이다. 특히 남한 전역을 타깃으로 한 단거리 미사일 발사 등 도발에 나선 이후 곧바로 핵무기 위협을 노골화하는 발언을 일삼으며 무력 시위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과거 남북 군사회담 시절 김영철을 조우한 경험이 있는 군 당국 관계자는 14일 “김영철 특유의 여론전 활용 냄새가 난다. 북측 인민들에게는 김정은의 강한 지도자 면모를 과시하게 하고, 남측에는 군사적 긴장감을 높여 강경한 대북정책 전환을 유도하려는 노림수가 깔려 있다”고 말했다.
상대의 허를 찌르는 전략을 구사하며 협상의 주도권을 장악해 나가는 김영철은 유독 여론전 활용에 능하다는 평가다. 2006년 3월 남북장성급회담 북측 수석대표 시절 회담이 결렬되자 일방적으로 남측 기자단을 대상으로 기자회견을 열려고 한 전례도 있다.
이 관계자는 “김영철은 여론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를 어떻게 활용할지 동물적으로 반응하는 사람으로 남측 여론의 추이를 살피며 도발 수위도 높여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의 대남위협이 고조될수록 대북 피로감을 호소하는 여론이 높아질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북한은 이틀전에도 우리 합동참모본부에 해당하는 총참모부 성명을 통해 한미 양국의 ‘평양진격 훈련’에 ‘서울해방 작전’으로 대응하겠다고 위협했다. 한미연합훈련에 대응하기 위한 북한의 반발은 늘 있어왔지만, 올해는 무력시위 전면에 김 위원장이 직접 등장한다는 특징이 있다.
김 위원장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 채택에 반발해 주요 미사일 생산기지 중 하나인 태성기계공장(2일) 현지지도에 나선 것을 시작으로, 지난 3일 동해상으로 쏜 단거리 발사체로 추정되는 신형 대구경방사포 시험사격 지도(4일) 현장에서는 “핵탄두를 임의의 순간 쏴버릴 수 있게 준비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이어 핵무기 병기화 사업지도(9일)에선 자신의 발언이 허풍에 그치지 않다는 점을 과시하듯 핵 탄두 모형과 설계도를 공개하며 “핵탄두 경량화 및 표준화”를 공표하기에 이른다. 북한은 또 지난 10일 남한 전역을 사정권에 둔 단거리탄도미사일을 쏜 뒤 11일 김정은의 발사 훈련 참관 모습과 함께 부산과 포항 등 우리 지역을 겨냥한 ‘타격계획’지도까지 공개하며 대남 위협 공세를 펴기도 했다.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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