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 미술가로 불리는 김정헌(70) 공주대 명예교수가 12년 만의 개인전을 연다. 부제를 ‘불편한, 불온한, 불후의, 불륜의,…그냥 명작전’으로 붙여 17일부터 서울 종로구 구기동 아트스페이스 풀에서 여는 ‘생각의 그림, 그림의 생각’전이다.
“젊은 친구들이 제일 좋아하는 작품”이라는 ‘이상한 풍경(1999)’은 뿌연 DMZ 풍경과 30여 개의 텍스트가 부자연스럽게 엉켜 있다. 회오리 치는 먹구름, 동네 문구점에서 사다 붙인 글자 스티커는 관객에게 불안감을 느끼게 한다. ‘쾅쾅’, ‘꿀꺽꿀꺽’ 등의 의성어들이 도드라지게 표현된 이 공간은 “분단이라는 비극이 너무 오랫동안 고착돼 역설적으로 자연스러워진 상황”을 묘사한다.
김 교수는 마땅히 글자가 있어야 할 자리에는 오히려 글자를 없애는 식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한다. ‘아몰랑 구름이 떠있는 수상한 옥상(2015)’가 대표적이다. ‘아 모르겠다’의 줄임말인 ‘아몰랑’은 지난해 유행어로 논리적 설명이나 근거 없이 대충 넘어가려는 태도를 말한다. 그는 14일 기자간담회에서 “그냥 애매하게 넘어가려는 사람들을 비판한 의도도 있다”고 말했다. 원근법을 무시한 사물들은 그림을 한층 더 불편하게 만든다. 민중미술운동의 중심이던 단체 ‘현실과 발언’을 이끌었던 김 교수는 “작품 대부분이 나의 과거, 현재, 미래를 담고 있는 시대적 과제물”이라고 말했다.
그의 작품은 즉흥적인 생각들을 재빠르게 캔버스 속 그림으로 전환하는 방식인데다 소재도, 표현 방법도 다양해서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생기가 넘친다. “그림들이 참 젊다”는 말에는 “전시회 때 ‘춤판’을 벌일 생각도 하고 있다”며 웃었다. 김 교수는 자신의 생각이 ‘제멋대로’ 표현된 작품이 ‘작품 멋대로’ 관객과 만나기를 바랐다. “그림을 만나서 환호를 하든 엉뚱한 해석을 하든 춤을 추든 때론 외면을 하든, 이제부터 모든 것은 관객의 몫이다.” 이번 전시는 4월 10일까지 열린다.
신은별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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