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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송 ‘농약 소주’ 사건, 범인은 마을 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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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송 ‘농약 소주’ 사건, 범인은 마을 안에 있다?

입력
2016.03.14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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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화 경북지방경찰청 강력계장이 14일 '청송농약소주'사건에 대한 수사브리핑을 하고 있다.
박종화 경북지방경찰청 강력계장이 14일 '청송농약소주'사건에 대한 수사브리핑을 하고 있다.

제2의 ‘상주농약사이다’ 사건이라는 ‘청송농약소주’사건을 수사 중인 경북지방경찰청과 청송경찰서는 사건발생 5일이 되도록 실마리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누가, 왜 그런 짓을 벌였는지 의문인 가운데 상주와 달리 사건이 장기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경찰, ‘마을 사람 중 범인’ 무게

경북지방경찰청은 범인이 마을회관 내부구조와 주민들의 생활 패턴을 잘 아는 마을 내부 사람의 소행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라고 14일 밝혔다.

경찰은 범인이 마을회관을 출입하는 불특정 다수의 마을 사람을 해치려 했거나 특정인과의 원한관계로 이 같은 일을 벌였을 것으로 보고 다각도로 수사 중이다. 마시고 남은 소주병에서 지문과 DNA를 채취, 마을사람 등과 대조하고, 이 마을에 사는 52가구 98명 모두를 상대로 사건발생 전후 행적과 원한관계 등을 탐문수사 중이다. 이와 함께 농약이 든 소주병이 새 병이었는지, 아니면 한번 열었다가 닫은 것인지 확인되지 않음에 따라 유통 과정에 문제의 농약이 투입됐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마을회관서 소주 나눠 마신 2명 중 1명 사망 1명 중태

지난 9일 오후 9시40분쯤 현동면 마을회관에서 소주를 나눠 마신 이 마을 이장 박모(62)씨와 3년 전 이장인 허모(67)씨가 쓰러져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박씨는 이튿날 오전 8시10분쯤 숨지고 허씨는 5일 현재 산소호흡기를 부착한 채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다.

당시 마을 회관에는 농한기를 맞아 주민들이 TV를 시청하거나 화투놀이를 하는 등 여가를 보내고 있었으며, 작은 방에 박씨 등 8명, 거실에 5명 모두 13명이 마을회관에 있었다. 박씨 등이 나눠 마신 소주는 작은 방 한 구석에 놓여 있던 김치냉장고에 보관 중이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대구과학수사연구소는 반 병 가량 남은 소주병에서 2012년 판매ㆍ사용이 금지된 무색무취의 농약인 ‘메소밀’ 성분을 검출했다.

장기화 가능성 높아

지난해 7월 경북 상주 농약사건과 달리 이번 사건은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상주농약사이다 사건은 마을회관에 있던 주민 7명 중 6명이 고독성 농약인 ‘메소밀’이 든 사이다를 마셔 그 중 2명이 숨졌다. 사건발생 초기부터 당시 석연찮은 이유로 사이다를 마시지 않은 박모(83)씨가 용의선상에 올랐고, 경찰은 각종 증거를 확보해 구속했다. 검찰도 거짓말탐지기 등 보강수사를 통해 기소, 1심에서 무기징역을 받아낼 수 있었다.

‘청송농약소주’ 사건은 상주농약사이다사건과 달리 현재로선 단서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농약소주를 김치냉장고에서 꺼내와 병뚜껑을 따고 술잔에 따른 사람은 숨진 박씨였다. 또 마을 회관에 주로 모이는 사람 중 소주를 즐겨 마시는 사람은 10여 명으로 특정인만 노리기에는 어려운 구조다. 게다가 이 마을 회관은 국도 31호선에서 건물까지 불과 10m 가량밖에 되지 않고, 평소 2개의 출입문을 제대로 잠가놓지 않은 경우가 많아 마을사람은 물론 외지인들도 별 무리 없이 출입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마을 회관에는 폐쇄회로TV(CCTV)가 전혀 없다. 마을회관 후방 약 700m 지점에 방범용 CCTV가, 1.1㎞ 가량 전방에 속도위반 단속 카메라가 있지만 차량 통행이 많은 국도라는 점을 고려하면 유의미한 자료를 확보하기 어렵다.

경찰은 이 마을에 대한 탐문수사를 통해 4가구에서 8병의 메소밀을 보관 중인 사실을 확인했으나 판매금지에도 불구하고 상당수 농가에서 문제의 농약을 사용하는 게 현실이고, 특별한 혐의점을 찾지 못해 난관에 봉착한 상태다.

경북지방경찰청 박종화 강력계장은 “지금까지 사건해결을 위한 뚜렷한 실마리를 찾지 못한 상태”라며 “마을 회관을 출입하는 불특정 다수를 노렸거나 개인간의 원한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 중”이라며 “유통 과정에 농약이 투입됐을 가능성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광진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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