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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학습 신경망의 맹점 드러나…빛 발한 인간의 도전과 집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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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학습 신경망의 맹점 드러나…빛 발한 인간의 도전과 집중력

입력
2016.03.13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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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이세돌 9단이 4국에서 알파고(AlphaGo)를 이겼다. 이 9단의 백78 끼우는 수에 알파고는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고, 이후에도 어이 없는 악수를 연발했다. 4국이 처음은 아니었다. 앞선 세 판에서도 알파고가 결과적으로 이겼기에 묻혔지만, 세계 초일류 기사를 상대로 3연승을 거둔 실력에서 나왔다고 하기에는 믿기지 않는 악수들이 제법 있었다.

여러가지 경우의 수를 배치하는 알파고의 정책망을 포함해서 모든 신경망의 맹점은 학습되지 않은 상황이 벌어졌을 때 전혀 예상치 못한 반응을 보일 수 있다는 점이다. 사진 속에 탱크가 존재하는지 판독해내는 신경망을 만들고자 했던 외국의 한 연구가 좋은 예다. 신경망의 학습을 위해서는 탱크가 포함된 사진들과 탱크는 없고 배경만 찍힌 사진들이 많이 필요했다. 그래서 연구진은 오전에 사격 연습장으로 이동하는 탱크들의 사진을 찍고, 점심 먹고 같은 자리로 돌아와 탱크가 없는 배경만을 다시 찍었다.

이렇게 얻은 사진들로 학습을 시킨 결과, 탱크가 건물 뒤에 일부 가려지고 포신만 나와 있어도 신경망이 탱크를 아주 잘 찾아내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자 호기심이 생긴 연구진은 이번에는 탱크가 포신까지 건물에 완전히 가려진 사진을 새로 찍어 와서 제시했다. 사진 상으로는 도저히 탱크를 찾아낼 방법이 없었다. 그런데도 이 신경망은 탱크가 있다고 답했다. 신경망이 놀라울 정도로 진화한 결과일까?

알고 보니 신경망은 연구진이 전혀 의도하지 않았던 방법으로 탱크의 존재 여부를 구분하고 있었다. 신경망이 활용한 수단은 바로 빛의 각도였다. 탱크가 있는 사진들은 전부 오전에 촬영된 것이고, 탱크가 없는 사진들은 전부 오후에 촬영된 것이므로 빛의 각도가 유력한 판별 기준이 된 것이다. 당연히 이 신경망은 실전에 무용지물이다. 오전에 촬영했어도 탱크가 완전히 가려져서 보이지 않는 사진을 학습 단계에서 경험했더라면 잘못된 판별 방법을 교정할 기회가 있었을 것이다.

이처럼 완벽하게 작동하는 것처럼 보이던 신경망도 새로운 상황에 직면할 경우 기존처럼 항상 제대로 작동할 것이라 보장할 순 없다. 알파고는 바둑 한 판 지면 그만이지만, 신경망에 기반한 인공지능이 의료나 안전 분야에 적용될 때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5국은 재미있는 승부가 될 것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이 9단이 공식 대국에 임하기 전까지는 알파고를 파악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는 점이다. 작년 10월 판 후이 2단은 알파고와의 공식 대국 다섯 판에 앞서 비공식 대국 다섯 판을 별도로 치를 기회가 있었다. 이 9단이 난생 처음 상대해야 했던 인공지능의 특징을 파악할 기회가 사전에 있었더라면 대국의 향방은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3연패를 당한 상황에서도 이 9단은 불굴의 도전 정신으로 마음껏 싸웠다. 마지막 1분 내에 최선의 수를 찾아야 하는 상황에서도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해 불가능할 것 같았던 승리를 따낸 것만으로도 이세돌 9단은 이미 챔피언의 위대함을 보였다.

감동근 아주대 전자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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