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오 9단 "알파고, 넓은 판 읽는 데 약해"
외신 "마침내 인간 승리…마지막 자존심 지켜"
바둑 세계 랭킹 1위인 중국의 커제(柯潔·18) 9단은 13일 이세돌 9단이 인공지능 알파고와의 대결에서 첫 승을 거둔 데 대해 “프로기사들의 자존심을 마침내 되찾아줬다”며 감격스러워했다.
커 9단은 이날 스포츠TV 대국 해설 등을 통해 “이세돌이 결국 직업 바둑 기사로서의 존엄을 일부 만회했다”며 “구글 알파고는 오늘 무기력했다”고 평가했다고 중국 언론들이 13일 전했다. 커 9단은 "오늘 이세돌의 승리로 우리가 그(알파고)를 더는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게 됐다”며 “이세돌 9단이 내일도 이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세돌의 첫 승리로 자신 역시 알파고를 이길 수 있는 자신감이 더 생겼다며 "알파고는 나에게 도전할 자격이 아직 안 된다"고도 말했다.
일본의 일류 프로기사 다카오 신지(高尾紳路) 9단은 이날 마이니치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알파고가 프로 정상급인 것은 의심할 수 없다”면서도 “다만 이번 패전을 통해 넓은 범위를 읽는 데 정밀도가 현격히 떨어진다는 약점이 발견됐다”고 지적했다. 다카오 9단은 제3국까지 알파고가 국지전에서 정확하기 이를 데 없는 수를 뒀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제4국때 중앙에서 벌어진 싸움은 앞서 세 판 동안 없었던 큰 규모였다고 다카오는 지적했다.다카오는 이어 “이세돌 9단이 78수에서 예상치 못한 수를 두자 알파고는 혼란에 빠졌다”며 “그 이후 아마추어 저단자도 두지 않는 악수를 연발했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 사이트 니코니코 동화(動畵)의 이번 대국 생중계에서 해설을 맡았던 오하시 히로후미(大橋拓文) 6단은 이 9단의 승리에 대해 “오늘 간신히 인간이 승리할 수 있었다”고 밝힌 뒤 “인간의 가능성도 느낄 수 있었다. 역사적인 대국이었다”고 말했다.
외신들도 이날 일제히 “마침내 인간이 승리했다”며 소식을 전했다. 중국 신화통신은 이세돌이 승리하자 “인간 바둑 챔피언이 3연패 끝에 마침내 인공지능을 이겼다”고 보도했다. 5번의 대국에서 먼저 3승을 거둔 알파고가 이미 전체 승리를 확정 지었지만, 이세돌은 이날 첫 승리로 “최소 1승은 거두겠다는 목표를 달성하면서 인간 바둑 기사로서 마지막 남은 자존심을 지켰다”고 통신은 평가했다.
일본 교도통신도 “세계 바둑 챔피언이 4번째 대국에서 처음 알파고를 물리쳤다”며 “사실상 인류를 대표하는 33세의 최고수가 인공지능 알파고를 상대로 세 번 내리진 다음날”이라고 전했다.
AFP통신은 "인간 바둑 챔피언이 슈퍼컴퓨터를 상대로 놀라운 승리를 거뒀다"며 "굴욕적인 3연패 끝에 거둔 첫 승리"라고 전했다. 이어 "5시간 가까이 이어진 조마조마한 시합 끝에 이세돌이 알파고를 물리쳤다"며 "이세돌은 초반에 고투했지만, 중반에 승기를 잡고, 마침내 알파고가 포기하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dpa 통신도 "인간이 마침내 구글 컴퓨터를 상대로 승리했다"며 "기계를 상대하는 인간을 위해 미약한 격려를 남겼다"고 평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알파고가 5판 승부에서 이미 승리했지만, 이세돌의 첫 번째 승리는 컴퓨터 프로그램이 완벽하지는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평했다. 미국 정보기술(IT) 전문 매체 버지는 이세돌이 4번째 대국에서 승리하면서 '최소한의 복수'를 했다고 보도했다.
한편,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세 번째 대국이 끝난 뒤 "바둑 최고수 이세돌을 상대로 3연승 함으로써 인공 지능 연구에서 역사적인 이정표를 세운 구글 딥마인드에 축하를 전한다"며 "우리는 흥미로운 시대를 살고 있다"는 관전평을 남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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