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회장 이복동생 재휘씨
故 이맹희 유류분 반환 소송 제기
법조계 “청구액 수천억 이를 수도”
‘채무 30억 상속’ 배경 관심도
CJ “창업주에게 받은 재산 없다”
내달 1일 재판, 판결 향방 이목
고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의 혼외 자녀가 이복 형제인 이재현 CJ그룹 회장에게 자신의 상속분을 달라는 소송을 냈다.
13일 법조계와 CJ그룹에 따르면 이재현 회장의 이복 동생 이재휘(52)씨가 지난해 10월 이 회장 등 삼남매와 이 명예회장의 부인 손복남 고문을 상대로 서울서부지법에 유류분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씨는 현재 이 회장 등 삼남매가 쌓은 3조원 이상의 부가 이 명예회장과 무관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현재 이씨 측의 청구액은 2억100원이지만 법조계에서는 향후 수천억원까지 불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씨 측 법률대리인 조원룡 변호사는 “친자 확인 소송 승소로 이씨가 상속권을 가지게 된 후부터 고의로 상속 회피를 위해 손 고문과 삼남매에게 증여한 전체 재산 가운데 이씨가 요구할 수 있는 유류분은 대략 2,000억~3,000억원으로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소송은 이 명예회장의 친자로 확인된 이씨를 CJ측이 박대한 것이 계기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지난해 8월 세상을 떠난 이 명예회장의 조문조차 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명예회장과 영화배우 박모씨 사이에서 난 혼외자 이씨는 호적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채 지내다 2004년 친자확인소송을 냈고 2006년 친자로 인정받았다. 그러나 이후에도 이 명예회장 측과 교류하거나 경제적 도움을 받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어머니 박씨는 2012년 부양의무를 소홀히 했다며 이 명예회장에게 양육비 청구 소송을 내 4억8,000만원을 받았다.
하지만 CJ 측은 이번 소송 자체가 의미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재산은 장남 이 명예회장이 아니라 며느리인 손복남 고문에게 상속돼 유류분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게 CJ의 설명이다. CJ 관계자는 “명예회장은 1970년대 중반부터 가족들과 떨어져 생활해왔고, 개인적으로 한 사업도 전부 실패했다”며 “창업주로부터 받은 재산도 없다”고 말했다. 첫 재판은 다음달 1일 열린다.
혼외자녀 이씨는 이 회장 등 삼남매가 포기한 이 명예회장의 채무까지 물려받아 그 배경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명예회장은 자산 6억여원과 그보다 많은 채무 180여억원을 유족들에게 남겼다. 이에 이 회장 등 삼남매는 지난해 11월 부산가정법원에 한정상속승인 신고를 내 채무를 면제받았다. 한정상속승인은 상속 자산액수만큼만 상속 채무를 책임지는 제도다. 하지만 혼외자녀 이씨는 한정상속승인 신고를 하지 않은 상태여서 본인 앞으로 남겨진 자산 1억1,000만원과 채무 32억7,000만원을 떠안게 됐다. 이 회장 등 삼남매가 사실상 상속을 포기한 반면 이씨가 아버지 빚까지 떠안은 것은 상속의 명분을 세우기 위한 포석일 수도 있다. 빚이 많은 줄 몰랐던 이씨의 단순 실수일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이 경우 실질적인 가족상 지위를 누렸다고 보기 어려운 만큼 특별한정상속승인 신청을 통해 채무를 면제받을 수 있는 절차는 남아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어차피 명예회장이 얼마나 남겼는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소송을 통해 그 내역을 확인해 가면서 유류분을 주장하면 되고, 만에 하나 CJ 주장처럼 빚 밖에 남지 않았다면 채무가 더 많은지 몰랐다고 특별한정승인 신청을 하면 된다”며 “일단 이씨 입장에서는 전혀 손해 볼 게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권영은기자 you@hankookilbo.com
조원일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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