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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골프 대디

입력
2016.03.1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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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존 매케인의 부통령 러닝메이트로 깜짝 등장한 세라 페일린은 ‘하키 맘(hockey mom)’으로 보수층 백인여성들의 환호를 받았다. 그는 후보지명 수락연설에서 “나는 여러분과 같은 하키 맘”이라며 “하키 맘과 핏불(pitbullㆍ투견)의 차이는 립스틱뿐”이라고 했다. 립스틱을 바른 여성일 뿐 맹견인 핏불처럼 강하고 억척스럽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후보는 페일린 열풍을 막기 위해 “돼지에 립스틱을 발라도 돼지 아니냐”고 했다가 호된 역풍에 시달렸다.

▦ ‘사커 맘(soccer mom)’은 축구를 하는 자녀를 열성적으로 뒷바라지하는 엄마를 말한다. 운전은 물론, 자녀의 시합에 빠지지 않고 참석해 목이 터져라 응원하는 모습이 사커 맘의 이미지다. 아이스하키가 더 인기 있는 추운 지역에서는 알래스카 주지사였던 페일린처럼 하키 맘이 훨씬 많다. 유일하게 엄마가 아닌 아빠가 아들 운동을 챙긴다고 해서 생긴 말이 ‘풋볼 대디(football daddy)’다. 어스름한 저녁 동네 운동장에서 퇴근 길 아빠가 하얀 셔츠에 양복차림으로 아들 경기를 지켜보는 모습은 흔한 장면이다.

▦ 지금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는 한국선수들의 독무대다. 올해 들어 다섯 번 치러진 대회에서 한국선수들이 무려 3승을 가져갔다. 선수들이 흘린 땀과 노력의 대가이겠으나 뒤에서 궂은 일을 도맡아 하는 아빠들의 공도 크다. 한국 여자프로골퍼 아빠들의 ‘억척스러움’은 알려진 바다. 골프가 돈이 많이 들다 보니 비용을 줄이기 위해 아빠가 딸의 운전기사, 매니저, 코치 등 1인 3역, 4역을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아예 직장까지 그만두고 20kg이 넘는 골프 백을 직접 매는 캐디 역할도 마다하지 않는다.

▦ 3승 중 2승을 해 최고의 한 해를 보내고 있는 장하나와 ‘슈퍼 루키’로 각광받고 있는 전인지가 SNS를 달구고 있다. 싱가포르 공항에서 장하나 아빠의 짐 가방에 전인지가 부딪쳐 넘어지면서 다쳐 두 대회를 잇따라 포기하면서다. 인터넷에서는 장하나 아빠가 사과를 했느니, 안 했느니 공방이 벌어지고 팬 카페에서는 험악한 말까지 나돈다. 전인지가 불참한 경기에서 장하나가 우승하고 현란한 세리모니를 한 것도 논란을 키웠다. 골프 대디의 열성은 박수를 보내야 하지만, 뒤틀린 경쟁 의식까지 억척스러움의 미덕이 될 수는 없다.

/황유석 논설위원 aquariu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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