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 오리온이 13년 만에 챔피언 결정전에 진출했다.
오리온은 12일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2015~16 KCC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5전3승제) 3차전에서 디펜딩 챔피언 울산 모비스를 76-59로 완파, 시리즈 전적 3전 전승으로 챔프전에 이름을 올렸다. 반면 지난해까지 3연패를 달성한 모비스는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맥없이 탈락했다. 4강 직행에 성공한 정규리그 2위 팀이 준결승에서 하위 팀에 스윕패를 허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리온과 추일승(53) 감독 모두 벼르고 별렀던 정상 정복 기회다. 오리온이 챔프전에 진출한 것은 대구 오리온스 시절이던 2002~03 시즌 이후 13년 만이다. 추 감독도 부산 KTF 시절(현 부산 KT)이던 2006~07시즌 준우승 이후 10년 만에 챔프전 무대를 밟게 됐다. 오리온은 김진(현 창원 LG 감독)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던 2001~02시즌 김승현과 김병철, 전희철, 마르커스 힉스 등 호화 멤버를 앞세워 창단 첫 통합우승을 차지했다. 다음 시즌에도 정규리그 2연패를 차지하며 전성기를 구가했던 오리온은 2007년 이후 암흑기에 접어들었다. 간판 선수들의 세대교체 등으로 분위기가 가라앉기 시작해 2007~08시즌부터 2011~12시즌까지 5년 연속 플레이오프에 탈락했고 이 중 세 번이나 꼴찌에 머물렀다. 설상가상으로 이 기간 김승현의 이면계약과 임의탈퇴 파문 등 파행적인 구단 운영을 둘러싼 각종 논란과 구설수로 ‘문제 구단’으로 추락했다.
그러다 2011년 추일승 감독을 선임하면서 차근차근 재건에 나선 오리온은 2012~13시즌부터 플레이오프에 복귀했고 올해까지 4년 연속 플레이오프에 나가 명가 부활에 서광이 비치기 시작했다.
추 감독도 KTF 감독 시절이던 2007년 챔프전에서 유재학 감독이 이끄는 모비스에 7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아쉽게 패해 감독 첫 우승 기회를 놓쳤다. 그래서인지 이번 모비스와 대결을 앞두고 추 감독은 수 차례 설욕 의지를 드러냈다. ‘기 싸움’에서 이미 추 감독이 앞섰던 것인지도 모른다.
오리온은 3차전에서 전반까지 30-25로 앞서 주도권을 잡았다. 56-43, 13점차로 앞선 채 4쿼터에 들어간 오리온은 3분여가 지날 때까지 2득점에 그쳐 잠시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전세가 뒤집힐 만큼의 위협적인 추격은 아니었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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