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의 패배다. 인간의 패배로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세번째 대국마저 내주며 이번 5번기의 승리를 인공지능 알파고에게 내줬지만 이세돌 9단은 인류의 희망을 놓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12일 세번째 대국을 마친 뒤 이 9단은 구글의 지주회사 알파벳의 사장인 세르게이 브린,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 데미스 하사비스와 함께 기자회견장에 나왔다. 승부가 이미 결정돼 표정은 무거웠으나 오히려 심리적 압박이 다소 해소된 듯한 모습이었다.
이 9단은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인 데 미안함을 표하며 운을 뗐다. 이 9단은 “무슨 말씀을 드릴 지 모르겠다. 여러가지 기대를 하셨을 거 같은데 무력한 모습을 보여서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 9단은 지난 대국에서 자신의 문제점을 솔직하게 분석했다. 이 9단은 “1국은 다시 돌아가도 이기기 어려울 만큼 오판한 것이 많았다”며 “승부는 2국에서 나지 않았나 싶은데 초반은 의도대로 흘러가지 않았고 어느 정도 기회가 있었지만 내가 놓쳤다”고 설명했다.
그 동안 패인 중 하나로 지적된 심리적 부담 역시 이번 대국에 크게 작용했음을 인정했다. 이 9단은 “3국에서도 여러가지 바둑적인 경험이 있었지만 이렇게 심한 압박감과 부담감을 느낀 적은 없었는데 그런 부담을 이기기에는 내 능력이 부족했다”며 “인간과의 대결에서 2대0이면 큰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데 알파고와의 대결은 새로운 경험이라 허무하게 마지막을 내준 것 같다”고 말했다.
승리를 가져간 구글 측은 기쁨을 표했다. 세르게이 브린은 “나도 대학원을 다닐 때 바둑을 뒀다. 바둑은 매우 미학적인 게임”이라며 “바둑이 가지고 있는 미(美)를 컴퓨터 프로그램에 우리가 접목해서 개발할 수 있다는 것에 뿌듯하며 이 자리에 선 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사비스는 “딥마인드 개발자들의 천재성에 존경을 표한다”며 “앞으로 인공지능이 가져올 미래의 큰 그림을 지켜봐달라”고 말했다.
이 9단은 아직 알파고가 완벽한 경지는 아니며 인간의 반격이 가능함을 암시했다. 이 9단은 “굉장히 놀라운 프로그램이지만 완벽한 신의 경지에 오른 정도는 아니다”며 “분명히 인간과는 다른 감각들이 있고 어떻게 보면 더 우월할 수도 있지만 분명히 약점이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 9단은 “1국도 2국도 마찬가지고 아직 인간에게 어떤 메시지를 던질 수 있는 실력까지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며 “이세돌이 패배한 것이지 인간이 패배한 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승부가 이미 판가름 난 가운데 4국은 13일 오후 1시 같은 대국장소인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다.
정준호기자 junho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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