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입당하신 날로 치면 70일 정도 지났다. 입당 전에 생각하셨던 정치와 그 이후 겪어본 정치 어떤 부분이 가장 다르던가요
A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대단히 복잡하고, 정답이 있기보다 다양한 대안들 중에서 가장 적합하고 바람직한 것들을 찾아나가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외적으로 하는 정치적 발언, 연설 이런 것들은 제 소신이나 생각을 밝히면 되니까 어렵지 않습니다. 그런데 정치는 당내 역학 관계가 매우 중요하더군요. 비상대책위원회에서 하나하나 의결하는 과정에서 각자 이해관계 얽힌 문제, 상당히 어려운 문제들이 있어서 쉽지는 않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Q 지난 주 새로 하신 팟캐스트에서 중간에 한숨을 쉬면서 내가 왜 정치를 택했지 이런 생각이 든다고 하셨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에서 그런 걸 느끼셨는지요
A 특별히 한 가지 상황은 아니고, 들어와서 한 것들이 전국 다니면서 더불어콘서트 하고 동시에 총선에서 해야 할 역할들에 대해서 스스로가 찾아내고 결정해야 했습니다. 당내 다양한 의사결정 과정에서 다양하게 얽힌 이해관계 풀어내야 하고 표면에 있는 것과 이면에 있는 것들까지 다 고려해서 결정을 해야 했죠. 최근에만 봐도 야권통합 문제도 그렇고,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 문제도 그렇고요. 가장 힘들었을 때는 필리버스터 중단이었을 때였습니다. 도대체가 정답이 없었죠. 특히 필리버스터에서 기대와 희망을 찾으셨던 분들, 이분들의 소망도 잘 알고 있었죠. 그러나 중단하지 않았을 경우 이후 벌어질 정치적 상황, 특히 새누리당의 전략과 그들이 펼쳐나갈 예상 담론들, 이런 것들 모두 종합해서 하다 보니 그냥 대중이 좋아하고 박수 쳐 줄 일만 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 결정 과정도 힘들었고 그런 복잡한 것도 다 소화해 내야 했고, 그러면서 저 스스로를 위한 정치적 입지 확보도 해야 했고, 그런 것들이 너무 힘들어서 한숨이 나왔나 봅니다.
Q 문재인 대표 계실 때 ‘인재영입 1호’로 입당하셨다. 더불어콘서트 통해서 전국 각지 다니시면서 밑바닥 정서라고나 할까요. 당 지지자들 많이 만나셨는데 더민주당이 이런 문제가 있구나, 지지자들이 이런 부분 비판 하시는구나 어떤 걸 느끼셨나요
A 당내 민주주의가 가장 대표적인 것입니다. 특히 당원 여러분들이 당의 의사 결정에 참여하고 싶은 욕구 강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필리버스터 중단했을 때, 당원들의 마음은 이걸 계속 할지 중단할지, 끝까지 가야할지 등에 대해서 절대 소수가 밀실에서 결정 하지 말라는 것이었습니다. 그 외 여러 가지 당의 중요한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고 싶다는 생각도 강하지만 그런 통로가 매우 부족하다는 의견들이 많습니다. 당원들은 당비만 내고 지지만 던져주고, 일방적으로 따르기만 하는 존재냐는 문제 의식을 갖고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이들의 이런 당내 참여 민주주의에 대한 욕구를 어떻게 구현할 수 있는지 고민 남겨졌습니다. ‘더당당’ 애플리케이션, 스마트폰, 온라인 등을 통해 수시로 논의 수단 갖출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모든 당원이 다 참여할 수 있는 직접 민주주의 불가능합니다. 대의 민주주의에 대한 또 다른 대의민주주의 구조가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예를 들어, 당의 정체성에 대해 통일된 의견이 없이 제각각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 당원 지지자들이 정보를 같이 접하고 논의에 참여하고 그럼으로써 당 전체 의사 결정에 수긍할 수 있는 과정이 되기를 바라는 목소리가 꽤 컸습니다.
Q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한 호남과 호남 이외 지역의 정서가 다르다는 얘기들이 있습니다. 호남의 문 전 대표에 대한 반감을 어떻게 보시는지요
A 호남에서 시장을 방문한다거나 당원 미팅 할 때 많이 나오는 얘기입니다. ‘문재인 전 대표가 호남을 홀대한다’ ‘친노패권이 당을 장악하면서 호남이 소외당했다’는 것이 주를 이룹니다. 그런데 그것을 인정하는 거 아니냐, 그래서 친노패권 해체시키고 문재인 전 대표가 모든 걸 내려놨다고 하는데 실제론 그렇지 않지 않습니다. 그런 말을 하는 분들께 제가 여쭤봐요. 친노패권 실체가 무엇이냐구요. 그러면 답을 잘 못하는 거에요. 호남홀대의 연원이 무엇입니까 하면 참여정부 때로 올라가는 거에요. 문 전 대표가 청와대 비서실장 때 호남 인물에 대한 검증을 지나치게 하고, 상당수가 부당하게 배제되었다 그러면서 호남에 대한 홀대와 배제가 이뤄졌다는 것입니다. 그런 얘기들이 호남 출신 정치인과 공직자를 통해 지역에 퍼져나간 것 같습니다. 가장 결정적으로는 동교동계의 김대중(DJ) 대통령 모셨던 정치인들이 국민의당 쪽으로 이탈해 가면서 호남당이 국민의당이라는 그런 편가름, 그런 것들이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 같고요.
Q 인재 영입으로 많은 분들이 들어오셨습니다. 문 전 대표가 있을 때는 열심히 아빠 역할 하시면서 직접 만나서 설득도 했고 그래서 많은 분들이 문 대표 도와드려야겠다 하면서 입당했지만, 김종인 대표라는 새 아빠 오시면서 영입 인사들을 등한시 한다는 말도 있었습니다. 영입 인사들도 총선 출마 관련해서 한동안 갈피를 못 잡고 헤매기도 했습니다
A 한마디로 오해죠. 물론 그런 오해가 무조건 잘못된 것은 아닌 것 같아요. 그럴 수 있는 상황은 분명 있는 것 같아요. 정치가 무엇인지 이제 알게 된 것 같은데, ‘아빠와 키즈’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김종인 대표는 혼자 스스로가 자기의 정치적 역할을 찾아내지 못한 사람들이 정치를 할 수 있겠는가 하는 의문이 있죠. 김 대표는 보호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죠. 정치를 하고 싶으면 스스로 정치인이 되라는 것이죠. 김병관 전 웹젠 의장, 오기형 변호사 등 당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지원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처음부터 보호하면서 자리를 준 것이 아니라 스스로 고민하면서 자기 자리 찾아가게 하는 분위기입니다. 이제는 그 스타일을 다 아는 거죠. 내가 홀대 당하거나 대표의 변화 때문에 벌어진 것이 아니었구나, 그런데 그렇게 오해할 수 있는 여지는 충분히 있었던 과정이었습니다.
Q 당 체제 변화의 과도기에서 새로 오신 분들 스스로도 적응하셔야 하고 당 지도부도 적응의 시간이 필요했다는 말씀인가요
A 방식의 차이이기도 하고요. 문재인 전 대표는 외부인 모셔와서 새롭게 정치판을 바꾸고 안착할 수 있도록 도와주려는 마음 분명 있었던 것 같습니다. 반면 김 대표는 사자가 벼랑 밑으로 새끼 다 떨어트려놓고 기어 올라오는 새끼 거둬들인다는 스타일이라고 봅니다. 영입 인재들에게 부드럽게 대하고 보장해주고 자리 마련해주고 이건 못하십니다. 버려두거나, 알아서 하라는 게 아니라, 스스로 정치인이 되도록 갖추는 거고, 그렇게 하면서 자기 연고, 선호지역 찾아내 뭔가 해보려 하면 그 다음 당이 도와주겠다는 것입니다.
Q 영입 인재 1호면서 지도부에 계시니까 나머지 분들한테 그 부분에 대한 설명을 주셨나요
A 내 많이 말씀 드렸죠. 영입 인재들 카카오톡 채팅방이 있어요. 그런 부분을 많이 설명 드리고 오해를 불식시키고 풀어드리고 그 다음부턴 밖에 소리가 안 나오지 않았습니까.
Q 야권에서 정치하는 입장에서 흔히 말하는 여론 지형이 “괴물스럽다”는 표현을 했는데 어떤 의미인가요
A 기억이 잘 안 나는데요. 하하하. 그 부분은, 새누리당의 모습을 보면 지금도 윤상현 의원의 욕설 사건이 나오고 그 전에 갖가지 잘못을 하고 거짓말을 하고 왜곡을 해도 새누리당에 대한 지지는 떨어지지 않죠. 그리고 그 분들이 처벌 받는다는 지 응징 당하지는 않습니다. 반면 야당에서는 조금 실수해도 확확 지지율 떨어지고 해당 정치인은 매장당하다시피 하잖아요. 이번에 노영민 의원이라든지 신기남 의원, 이런 분들 물론 잘못 했죠. 사죄도 해야 하고, 그런데 매장 당하다시피 하죠. 비슷한 상황이라도 여야를 비교해 보고 그런 것들을 종합해서 괴물스럽다고 표현한 것입니다.
Q 김종인 대표 체제 이후 당이 안정을 찾고 있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그 배경에는 무엇보다도 김대표의 리더십이 큰 역할을 했다고 하는데요. 곁에서 보면서 어떤 강점을 갖고 있는지 한 말씀 해주십시오
A 김종인 대표는 거스 히딩크 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본인의 리더십도 그렇고 상황의 특성도 비슷합니다. 한국 축구가 스타선수 출신 대표 감독들이 맡아도 고려대 인맥이니, 동국대 인맥이니 하면서 의혹 제기되고 팀 내 화합도 안 이뤄지고 있는 상태에서 연고도 전혀 없는 외국인 감독이 딱 왔죠. 그런데 이 감독이 완전 기본을 허물어버렸죠. 우리 축구의 문제가 기술이 아니라 체력이라고 하면서 체력 훈련을 강도 높게 해서 사람들을 의아해 하게 했고, 저래서 되겠어? 하는 소리도 나오고 5대0 이라는 소리까지 들었죠. 그러나 결국 일취월장해서 월드컵 4강 올라가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지금 더민주 상황도 비슷하죠. 당내에서 뽑힌 대표가 누구든지 간에 기존 계파들 사이의 지분 다툼이 있고, 특히 선거 전 공천을 염두에 둔 이해 관계, 도저히 리더십 형성 안 되는 상황입니다. 문 전 대표는 민주적 리더십이라고 할까요. 조직원 각각의 캐릭터가 굉장히 강한 조직체를 일사분란하게 이끌고 나가는데 있어서는 약점 있었던 것 같고, 반면 김 대표는 상당히 권위적 카리스마가 있다. 만약 기존 당내 인물이 이런 카리스마를 발휘하려 했다면 상당한 반발에 휩싸였겠죠. 그런데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닙니다. 위기 상황에서 외부인(김 대표)의 도움을 받는 상황입니다. 히딩크 감독 당시 홍명보, 황선홍 등 고참 선수들이 체력 위주 훈련에 일시적으로 반발했다가 수그러들었던 것처럼, 이종걸 원내대표 등 당내 인사들도 김 대표 리더십에 모두 녹아 들어갔다고 봅니다. 물론 거기에는 또 다른 문제가 있죠. 총선이라는 상황에 직면해서 분열하면 안 된다. 분열하는 모습을 보이면 탈당한 분들 못지 않게 야권 지지층으로부터 비난 받을 수밖에 없다 이런 정서가 형성된 것이죠. 다른 대안이 없는 것이죠. 김 대표 리더십을 따라가는 팔로우십이 형성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김종인 리더십이 힘을 내는 것은 사심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적어도 당내에서 자신의 이익을 챙기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확인이 됐다고 봅니다. 김 대표의 판단, 결정, 제시하는 대안들이 오직 총선 승리를 위한 전략적 차원에서 나온 것이라는 전반적 신뢰 있다고 봅니다.
Q 총선 이후 김종인 대표의 거취에 대한 말들도 많습니다. 일부에서는 김 대표 스스로가 큰 권력 의지를 지니고 있고, 대권을 노릴 수 있다는 말까지 하고 있습니다. 대표 본인은 약간 비슷한 뉘앙스만 나와도 ‘쓸 데 없는 소리 마라’고 하시는데 곁에서 볼 때 어떠십니까
A 많은 언론이 김 대표님에게 ‘놀아난다’는 것을 느낍니다. (허허허허) 경험이 많으시다 보니 대중 심리를 아주 탁월하게 파악 하시는 것 같아요. 저도 나름대로 프로파일링이나 심리 분석에 있어서 누구 못지 않다고 느끼는데, 이분(김대표)이 던지는 말씀을 보면 처음에는 불안불안 조마조마 했어요. 예를 들어 북한 궤멸론, 개성 공단 이슈, 필리버스터 중단 문제, 이런 것들 실수 아닌가? 그런 생각 들었는데 지나고 보니 옳은 결정이었다는 것이 확인이 되지 않습니까. 야권 통합 관련해 던진 아젠다와 이슈 등을 더민주 주도로 바꿔나가는 것을 보면 정말 놀랍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그걸 부분들 지켜보다 보니 결국 이 분이 보여주는 부분에 대해 겉모습만 보고 섣부르게 예단했다가 나중에 그런 예단들이 틀린 것으로 확인되면서 상당히 곤혹스러워들 합니다. 제가 보는 김종인 대표는 합리적 민주주의가 체화 돼 있는 상태에서, 중요 결정은 다른 사람에 맡기거나 끌려 다닌다거나 하지 않은 독특한 캐릭터라고 생각합니다.
Q 김종인 대표는 회의 때 다른 구성원들 말씀을 다 듣고 결정하시나요. 아님 독자적으로 결정하는 편인가요
A 대부분 구성원들 이야기를 충분히 들으세요. 일반 사안은 안건을 놓고 비대위원들 얘기를 모아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거의 합의 모아지면 그대로 결정합니다. 종종 아주 중요한 사안이나 본인이 전략적 판단을 해야 할 경우는 또 그렇게 하구요. 우리는 모르는 정보를 갖고 계신 경우가 꽤 많아요. (하하) 어떤 경우엔 본인이 먼저 견해를 밝힙니다. 그러면 반론, 재반론 있기도 하고, 논의가 진행돼 가다가 결국 나중에 보면 대표가 처음에 말하는 발언으로 수렴되어 가는 느낌이랄까요. 결과적으로 보면 100% 본인 의사라기보다는 넌지시 어느 방향으로 뜻을 내놓고, 반론 형성되며 다른 결론으로 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결국 따지고 보면 김 대표의 첫 발언이 진짜 하고 싶었던 말이 아니었을 때도 있어요. (하하). 저분이 처음에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잘 몰랐어요. 그런데 두 달 가까이 지나면서 느끼는 것은 권력을 추구하는 분은 아니다라는 겁니다. 어려서부터 조부(가인 김병노 초대 대법원장)로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경험을 집대성해서 한국 정치의 변혁을 만들어 놓고 가겠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타이틀, 위치, 욕심 없는 분인데 잘못된 한국 정치의 지형, 관행, 문화, 제도 이건 좀 바꿔놓고 떠나겠다는 것은 확연히 느껴집니다.
Q 김종인 대표의 목표는 내년 대선에서 야권의 정권 교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이를 위한 기반 조성 위해 이번 총선이 중요하다고 보는 것 같구요. 그렇게 보면 자연스럽게 대표가 내년에 대선 후보를 한다는 말은 차치하고라도 총선 이후에도 당에서 역할을 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도 많습니다. 대표께서는 정작 ‘몰라 나 이러다가 끝나면 집에 가야지’ 이런 말씀도 툭툭 던지고요
A 결정된 건 없는 것 같아요. 의중도 딱히 한 방향 있는 것 아니고요. 정치는 생물이라는 얘기가 있듯 총선 이후 어떻게 될까에 대해서는 딱히 정해진 게 없는 거겠죠. 전당대회도 있고 지도부도 새로 뽑아야 하고요. 총선에서 이긴다면 김 대표에 대한 지지와 신뢰 강화되고 당내나 당 지지층 전반에서 대선까지 맡아서 해야지, 여기서 물러나면 다시 계파간 쟁투로 바뀔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본인도 마다하지는 않으실 것 같아요. 그런데 지금 어떻다 얘기할 수는 없는 상황이고 본인 의사대로 할 수도 없고. 지켜보시면 알지 않을까요
Q 김종인 대표께선 ‘표의 확장’을 많이 말씀하십니다. 그 확장을 위해 문재인 대표도 영입을 할까 말까 고민했던 주진형 정책공약단 부단장이나 김현종 전 유엔대사도 과감히 영입하고 정책이나 이슈에 대해서도 과감한 발언을 하고 있고요.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여기에 대한 호불호는 갈리는 것 같습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좋다고 하는 분위기이면서도 너무 선거 이기는데만 몰입하는 거 아니냐, 우리가 마지노선으로 지킬 이념, 정체성 있는데, 이렇게 가면 되나 하는 걱정들도 있거든요
A 그 부분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놀라운 건 김 대표는 젊은 세대 못지 않은 과감성을 갖고 있고, 그 배경에는 자신감이 있다고 봐요. 안될 수도 있겠지만 일단 던져 보자하는 식이 아니라 '이렇게 하는 게 받아들여질 거야 내가 너무 잘 알아' 하는 경륜 많은 어른의 자신감에서 비롯된 도전이라 생각합니다. 정치엔 정답 없는 것 같습니다 다만 기존에 당을 만들고 지켜왔던 핵심 멤버, 지지층들이 느낄 상실감, 박탈감, 불안감, ‘이러다 당이 새누리나 다름 없어지는 거 아냐’ 하는 불안감, 이런 부분들은 분명 달래드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팟캐스트 통해서도 그렇고 직접 만나 뵐 때도 그렇고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상에서도 그렇고요. 최대한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김종인 대표에게도 그런 문제 의식을 전달하시나요
A 그런 취지의 말씀 드리죠. 특히 이용섭 비대위원이 호남을 대표하기 때문에 당의 정체성이나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업적과 유훈에 관한 호남 정서에 대해 많이 이야기하시죠. 표의 확장은 당연히 해야 하지만 우리의 정체성이라고 인식되는 부분은 존중되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저는 중재하는 입장입니다. 총선과 대선 승리는 분명한 우리 목적입니다. 정체성만 고집하다 맨날 패배한다면 무슨 소용 있느냐는 김종인 대표의 대전제에 동의합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상실감 느끼고 불안감 느낄 전통 지지자에 대해 분명 이해와 협조 구하고 달래드리거나 함께 해주십사 요청 드리고 해야 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있고, 또 한 번 드리고 싶습니다.
Q 필리버스터를 멈추고 다음 날 아침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김종인 대표가 유감 표명과 사과를 했습니다. 지도부에서는 중단 결정을 하기까지 많은 논의와 회의 했다고 들었습니다
A 논의의 핵심은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대응 전략이었습니다. 여기저기서 정보도 들어오고. 3월 1일을 기점으로 해서 선거구 획정의 연기 책임을 우리 쪽으로 돌리려 한다는 판단이었습니다. 그전까지는 새누리당이 법안과 선거구 획정을 연계해서 미뤄진 것이었지만 그날 이후로는 더민주 때문에 안 되는 것으로 하려고 일부러 타협을 안하고 끌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우리로서는 중요하게 다뤄야 할 박근혜 정부의 경제 실정이 잊혀지고 자꾸 ‘국회심판론’으로 분위기가 넘어갈 수도 있다는 판단이었죠. 박 대통령이 3월 1일 삼일절 기념사 통해서 국회에 대한 심판론, 무용론, 야당 때문이라는 등등 강하게 밀어붙일 것으로 봤습니다. 김 대표는 그 흐름을 읽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날을 넘기면 안 된다고 결심했습니다.
Q 김 대표의 고민 중 하나가 박근혜 정부의 경제 실패를 야당 입장에서 공격 포인트로 삼아 끌고 가야 하는 데 타이밍 놓치면 강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인 것 같습니다. 교수님도 지역구 다니면서 선거운동 하는 입장에서 박근혜 정부 경제 실패를 유권자에게 어떻게 알리고 이해시킬 지가 중요하리라고 봅니다
A 공약정책단에서 다양한 분석 자료를 내놓고 있습니다. 먼저 구체적 통계, 수치를 반복적으로 알려드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가계 부채와 국가재정 적자 이런 부분들이 유권자들에게 고스란히 다가설 수 있도록 알려드리는 것이 필요하고, 고용불안과 가계 어려움, 물가 부분, 자영업자의 어려움들, 이런 실상들이 어느 정도인지를 반복적으로 알려 드리려 노력하고요. 이것이 극복 가능한가. 어떻게 가능한가. 우리가 어떻게 해낼 수 있는가. 세 단계 차원에서 부각시키고 알려드리려 합니다.
Q 교수님을 포함해 영입 인재 입장에서는 ‘문재인 아빠’ 때 입당하셔서 ‘김종인 새 아빠’ 를 맞아 적응을 하고 계시는 것 같습니다. 문재인 전 대표와 김종인 대표 두 분이 더민주를 위해 어떻게 역할을 분담하는 것이 좋다고 보시는지요
A 저는 대단히 적응을 대단히 잘 해요(하하). 경찰 조직에서 적응 해낸 사람이 어디서든 적응을 못 하겠습니까. 그 안에서도 복잡한 권력 관계 오고 가고 하는데. 문 전 대표가 가지고 계시는 특징이나 장단점, 김 대표의 장단점 너무나 확연하게 대척점에 서 있습니다. 너무 다르세요. 어느 것이 더 좋다고 말 못 합니다. 비상 상황에선 김종인 대표가 히딩크처럼 적임자라고 봅니다. 저는 전적으로 그 점에 동의하기 때문에 완전히 동화돼서 최선을 다해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일부 문 전 대표 가까운 분들 중에는 저에게 섭섭함을 직간접 표현 하시는 분도 계세요. 너무 그 쪽(김 대표) 입장을 대변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지요. 김 대표가 질주하는데 브레이크 역할을 하고, 당의 정체성이나 열성 지지자들의 바람을 수렴해 갈 수 있도록 해결해 주길 바라는데 제가 오히려 가속 페달 역할로 보이니까요. 그런데 그것은 입장 바꿔 지금이 문 대표 체제라고 해도 저는 똑같은 역할 했을 것입니다. 문 전 대표가 당을 장악하고 이끌어간다면 분위기를 잡아나가는 역할을 했을 것입니다. 지금은 어떻든 법정관리인 역할 하는 김 대표에게 믿고 맡기는 것이 맞고, 문 전 대표는 그 부분에 전혀 개입 안 하는 것이 맞습니다. 물론 그 이후 상황은 또 달라질 것입니다.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같은 분들이 또 다른 변화에 따라 대선 주자 지지율 높아갈 순 있겠지만, 현재 유력 대선 주자로서 문 전 대표는 당 내부의 의사 결정이나 지도 체제로부터 떨어져서 대선 주자로서 준비를 하고 계시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문 전 대표에게도 총선 관련해서 역할은 있을 것입니다. 우선 김 대표 중심의 총선 전략 나올 테니 그 부분에 있어서 대선 주자로서의 문 대표께 요청하는, 협력 해서 같이 하는 것이 맞고, 총선 이후 대선 체제 바로 들어가진 않을 것 아닙니까. 시간 있으니 그 사이에서 대선 주자로서 해야 할 역할과 지도부에서 하실 역할, 이 부분 사이의 충분한 의사소통 통해서 함께 조율해서 나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Q 신설 선거구인 경기 용인 정 후보로 전략공천 받으셨습니다. 이상열 새누리당 의원도 며칠 전 출마 기자회견 하셨고. 지역구 상황 어떻게 보시는지요
A 낙관할 수 없죠. 일부 보도는 야권 우세라는 보도도 있고, 근데 야권 분열 때문에 여권 우세하다는 보도도 있구요. 신설 지역구이기 때문에 은퇴하신 어르신도 꽤 계십니다. 3040 세대 직장인 가정도 많고 젊은 대학생, 취업준비 청년층도 있고 다양하고 복잡합니다. 그 분들 중 실제로 투표에 참여하실 분도 얼마가 되실지도 모릅니다. 전혀 낙관할 상황 아닌 것 같고 직접 거리에서 인사 다녀본 체감, 느낌은 다행히 저에 대해 우호적이라는 것이 확인이 됩니다. 동네 사람(18년 넘게 살았고)이고, TV에서 봤고, 안다 이런 느낌. 생판 처음 보다는 ‘어? 아는데?’ 이런 분들 많죠. 근데 그게 표로 연결되는가? 그건 모르죠. 하하.
Q 선거운동을 위한 캐치프레이즈는 정해 두셨나요
A 계속 여러 가지 생각 중이에요. 우선 ‘안전한 대한민국’, ‘살기좋은 동네’, 평범한 거 해봤는데, 문구는 전략팀에서 논의 중이고 네티즌 여러분께 아이디어 공모도 하고 있고요.
Q 이번 선거에 유독 화제의 경찰 출신 예비 후보들이 많이 눈에 띕니다. 예전 같으면 경찰이 유리하다는 것이 밑바닥 치안을 담당하시던 것들이 있기 때문에 국회의원과 어울린다는 것이 있었지만 요즘 성격이 바뀐 측면도 있고, 유독 많이 나온 이유가 있을까요
A 과거에는 경찰 출신으로 국회의원에 출마하고 정계에 입문하는 것을 보면 본인이 가지고 있던 관직, 고위직, 프레임 활용해서 여당으로 나왔죠. 당선이 용이한 대구경북 쪽에 출마 하셨구요. 그러나 경찰 고위 간부의 약점은 대중성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관료 조직 특성상 권위적이고 일방 지시하는 습관, 자유로운 정치 환경 속에서 토론하고 연설하고 대중과 소통하고 이런 것들은 많이 떨어집니다. 비례대표나 여당 우세 지역에서의 공천, 이것으로 진입하지 않으면 국회의원 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런데 요즘 그런 것들이 많이 바뀌고 있다고 봐요. 주로 경찰의 중간 간부층은 인터넷과 SNS통해 소통 활발히 하고 교류하고 대응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경찰 업무 환경이 많이 바뀌었거든요. 그러면서 본인들이 업무하면서 확보한 민심 같은 걸 체득하면서 자신의 역량으로 다른 후보자와 경쟁해서 유세와 연설과 토론과 정강의 발표와 이런 것들로 충분히 정치 입문할 수 있다는 자신감 가진 분들 늘어난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박진만인턴기자(서강대 신문방송학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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