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대표 이세돌 9단이 벼랑 끝에 섰다. 다섯 번의 대국 중 이미 두 번이나 패했다. 12일 세 번째 대국에선 반전을 꾀할 비장의 카드가 필요하다.
이 9단은 지난 10일 2국에서 패한 뒤 절치부심의 심정으로 후배 기사인 홍민표 9단, 박정상 9단, 이다혜 4단, 한해원 3단 등과 함께 꼬박 밤을 샜다. 이들은 11일 오전 6시까지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작전 회의를 폈다. 알파고의 전략을 분석, 새로운 전략으로 3국부터 반전을 시도하기 위해서다.
이 9단을 비롯한 프로기사들이 내린 결론은 ‘알파고의 계산을 흔들자’는 것. 지난 두번의 대국에서 알파고는 큰 악수를 두지 않고 변수를 줄여나가는 전략으로 안정적인 경기를 펼쳤다. 홍 9단은 “알파고의 바둑은 균형감각이 뛰어나다는 게 특징”이라며 “패를 이용하면서 알파고가 계산할 변수를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바둑에서 패는 같은 모양이 반복되는 것을 막기 위한 룰로 바둑의 변수를 늘려준다. 양재호 9단은 “지난 두 번의 대국에서 알파고는 스스로 패를 이용하지도 않고 걸어와도 피할 만큼 변수를 줄이는 경향을 보였다”고 말했다.
또 홍 9단은 “각개격파식 바둑으로 알파고의 변수 예측에 도움을 주기보다 바둑의 큰 모양을 만들어 알파고에게 혼란을 줄 수 있는 극단적 방법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실제 이 9단은 그 동안 알파고를 의식한 듯 소극적인 경기를 펼쳤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2국에서 알파고가 빈틈을 보일 때도 이 9단은 평소와 달리 이를 응징하지 않았다.
이 9단은 또 초반부터 승기를 잡아가는 전략을 추구할 방침이다. 전문가들 역시 알파고의 빈틈이 보이는 초반을 공략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 9단의 스승 권갑용 8단은 “경기 초반 알파고의 수는 박자가 안 맞는 느낌이 드는데 이를 초반에 잡으며 주도권을 쥐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가장 중요한 전략은 역시 “이세돌 자신의 바둑을 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전 결과에 위축되지 않고 대담하게 작전을 펴는 ‘이세돌 스타일’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홍 9단은 “이 9단은 회의 때도 차분하게 다음 대국을 준비했다”며 “끝까지 이세돌의 바둑으로 후회 없는 경기를 펼치길 바란다”고 응원했다.
정준호기자 junhoj@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