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에 쓰는 25자 후보들 경력에
盧재단 등 비상근직 경력은 기재 금지
더불어민주당이 11일 후보 경선에서 ‘노무현 재단 기획위원’이란 경력을 쓸 수 없도록 했다.
야권 지지자들이 대상인 여론조사 때마다 ‘노무현’ 이름은 결정적 역할을 해왔다.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노무현’ 이름이 있으면 여론 조사에서 10~15% 포인트는 더 얻고 시작한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때문에 정당 사상 처음 ‘100% 안심번호’를 통한 ARS(자동응답시스템) 투표로 진행되는 이번 후보 경선에서 공정성 시비가 일어날 수 있다고 보고 이를 금지한 것이다. 당내에서는 이번 결정이야말로 ‘친노 색깔 지우기’의 결정판이란 말도 나온다. 서울의 한 경선 참가 후보 측은 “전국에 노무현재단 기획위윈이 수백 명이 넘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라며 “비상근 성격의 기획위원도 막상 여론조사에서는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선거현장의 뜨거운 ‘노무현 마케팅’을 지적했다.
더민주 경선관리본부는 이날 회의에서 이르면 13일부터 시작될 안심 번호 경선에 쓸 25자 이내 경력 작성 때 후보들이 지켜야 조건을 확정했다. 이에 따르면 ▦특정 기구나 기관에서 등기 이사나 4대 보험 혜택을 받았던 자리의 경력만 쓸 것 ▦최소 1년 이상 근무한 경력만 기록할 것 등이다. 이에 따라 ‘노무현 재단 기획위원’은 물론 ‘김근태 재단 기획위원’ ‘김대중 기념사업회 위원’ 등 ‘비상근’ 성격의 1년 미만 경력은 활용할 수 없게 됐다.
당 관계자는 “지지자들이 호감을 갖고 있는 특정 정치인의 이름에 기댄 경선은 공정하지 않다는 문제 제기가 있었다”며 “100% ARS 투표이다 보니 공정성 시비를 막기 위해 이례적으로 제한을 두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노무현 정부 청와대 행정관’ ‘박원순 서울시장 보좌관’‘김대중 정부 청와대 비서관’ 등은 계속해 쓸 수 있다.
이에 따라 ‘25자 경력 작성’을 두고 후보들 사이에 신경전도 치열해지고 있다. 한 경선 참여 후보 측 관계자는 “상대방 측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과 관련 있는 경력을 쓸 경우에 대비해 어떤 경력으로 맞서는 게 좋을 지 여러 가지 안을 가지고 계속 회의 중”이라고 전했다.
더민주는 SKT,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로부터 지역구 당 5만 개 이상의 안심번호를 받은 뒤 여론조사기관 2곳에 의뢰해 이들 번호 모두에게 전화를 돌려 응답한 사람 중 더민주 지지자와 무당층을 대상으로 선호하는 후보를 묻는다. 3인 이상의 후보가 경선을 펼치는 지역구에서는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결선 투표를 진행한다. 당 관계자는 “ARS 투표를 한 번 실시하면 지역구당 3,000만 원 정도 비용이 예상된다”며 “후보들이 나눠 부담하게 된다”고 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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