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보이콧 황진하 사무총장 등
3차 공천 발표 결과 나오자 복귀
김 대표, 잇단 단수 공천에 상처
“지금 말하면 나는 망한다” 침묵
“결단 시점 다가온다” 관측도
새누리당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과 김무성 대표 측 공관위원인 황진하 사무총장과 홍문표 제1사무부총장이 11일 저녁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갈등 봉합을 선언함으로써 공천관리위원회의 내분 사태가 하루 만에 일단락됐다. 하지만 공천 과정에서 감정의 골이 깊이 패인 상태라 갈등의 불씨는 내연해 있다는 분석이다.
앞서 이 위원장은 황 사무총장과 홍 부총장이 불참한 상황에서 전국 62개 선거구에 대한 공천심사 결과 발표를 강행했다. 황 사무총장 등은 전날 이 위원장의 독선적 공관위 운영을 비판하며 공관위 활동 보이콧을 선언한 상태였다.
양측 신경전은 갈등을 봉합한 공동 기자회견 직전까지 계속됐다. 이 위원장은 공천 결과 발표에서 “(황 사무총장과 홍 부총장) 두 사람은 자꾸 이상한 행동을 하는 것뿐”이라고 힐난했다. 이에 앞서 황 사무총장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공당에서 사조직이 아닌 공관위 업무를 독선적으로 하면 안 된다”며 “그런 식으로 하는 사람은 사퇴하라고 해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이 위원장과 홍 부총장도 취재진 앞에서 공개 설전을 했다. 이 위원장은 당사에서 홍 부총장을 마주치자 “아침 회의도 안 나오고 (언론) 인터뷰만 하시대”라고 지적했다. 이에 홍 부총장이 “오늘 좀 그렇게 뵈려고 해도 ‘용안’을 뵐 수가 없었다”고 꼬집자, 이 위원장은 “뭐를! 내가 몇 차례나 연락을 했다. 우리는 바본가”라고 언성을 높였다. 이 위원장은 그러면서 “(공관위) 위원들이 모였는데 (홍 부총장) 성토대회가 열렸다”며 “그러니까 좀 조심하라”고 경고했다. 홍 부총장은 “밀어붙이면 되느냐”며 “들어주실 건 들어주셔야지”라고 되받았다.
일촉즉발의 충돌 상황은 황 사무총장 등이 오후 속개된 공관위 전체회의에 전격 참석하면서 누그러졌다. 황 사무총장은 국회 의원회관에서 김 대표와 함께 TV로 이 위원장의 3차 공천 결과 발표를 지켜본 뒤 공관위 복귀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 사무총장은 “오늘 가서 (이 위원장에게) 어제 얘기한 것부터 확실하게 밝히라는 얘기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지난 8일 친박계 핵심 윤상현 의원의 “김무성 죽여버려” 막말 녹취록 파문 이후 나흘째 침묵하고 있다. 전날 “제 마음이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봄이 왔지만 봄 같지 않다)”이라며 “꽃샘추위를 심하게 느낀다”는 말로 속내를 내비치기도 했던 김 대표는 이날 외부 일정을 잡지 않고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만 머물렀다. 김 대표는 기자들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면서도 “지금 말하면 나는 망한다”며 침묵할 수밖에 없는 자신의 사정을 호소했다.
김 대표 입장에선 이 위원장의 독주를 막을 현실적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게 고민이다. 최고위를 움직여 공관위를 견제하는 방안이 있지만, 친박계가 다수인 최고위가 김 대표에 협조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신박’으로 불리는 원유철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지난 최고위에서 공관위의 자주성과 독립성을 훼손해선 안 된다는 의결이 있었다”며 “오해가 있다면 공관위 차원에서 풀어야지 최고위가 개입할 문제는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상향식 공천’을 내세웠던 김 대표로서는 이 위원장이 잇따라 단수공천을 발표하면서 정치적 신뢰와 리더십에 흠집이 날 위기에 놓인 만큼 정치적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동현기자 nani@hankookilbo.com
곽주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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