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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도 맛도 별미… 구문쟁이, 고즐맹이, 돌우럭, 달돔을 아시나요?

입력
2016.03.11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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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새벽 출근길에 항구에 들러 갓 잡은 신선한 생선을 구경하는 재미도 서귀포에서 사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집 앞 서귀포 항은 당일바리(당일 잡은) 생선을 일반인에게도 판매 한다. 새벽 수산시장의 소소한 재미에 빠진 탓에 차 트렁크에는 항상 아이스박스를 싣고 다닌다. 트렁크에서 나는 비린내를 감수해야 하지만.

구문쟁이.
구문쟁이.

얼마 전 대략 5Kg이 넘는 구문쟁이를 중매인에게 산 적이 있다. 우연히 지나가는 길에 생선 가격을 묻자 대뜸 7만원이라고 흥정을 하셨다. 제주도민을 포함한 많은 분들은 구문쟁이를 값비싼 다금바리의 짝퉁 정도로 여긴다. 사실 다금바리는 구문쟁이나 돌돔, 강당돔 등보다는 다소 비싸지만 최근 양식에 성공한 이후로 가격 차가 많이 줄어들었다.

능성어과의 구문쟁이는 횟집에선 1㎏에 20만원은 지불해야 구경할 수 있는 횟감인데 ㎏당 1만4,000원 정도이니 횡재했다는 생각이 들어 바로 계산했다. 자랑 삼아 위층 사시는 경매인 형님께 연락을 드렸더니 이날 5만원이 낙찰가였는데 너무 비싸게 샀다며 필요한 생선은 미리 귀띔해 달라고 하신다. 김이 샜다.

하지만 이런 월척이 매일 나오는 것도 아니고 아가미의 피가 퍼지지 않은 걸 보아 회로 먹어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선도가 좋았다. 아직까지 많은 고객들은 선어보다는 활어를 선호하고 제주도에선 생선을 산 것과 죽은 것으로 선을 그어 구분을 하기 때문에 탕용으로만 조리할 수밖에 없었다. 앞으론 1kg 남짓의 양식 활어보다 4~5kg의 자연산 고급 어종들이 가치를 더 많이 인정받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달돔.
달돔.
돌우럭.
돌우럭.

꽁치처럼 비슷하게 생겼지만 구이용으로 속살이 부드러운 고즐맹이, 귀여운 꼬마도미 모양이지만 칼집을 내 통째로 구워 양념장을 뿌려 먹으면 일품인 벵코돔, 기름기가 적어 매운탕으로 제격인 돌우럭이나 장대 등은 비록 은갈치, 고등어, 옥돔 트리오에 밀려 한 소쿠리에 만원 정도의 취급을 받지만 서귀포 여행에서만 맛볼 수 있는 가성비 만점의 생선들이다.

옥돔과 비슷한 가격이지만 살이 더 단단해 말리지 않아도 맛있게 구워지는 금태 역시 서귀포의 별미이며 아직은 다소 생소하지만 유럽의 미쉐린 스타 수준의 레스토랑에서 많이 판매되는 달돔(일명 달고기) 역시 서귀포 연안에선 흔히 잡힌다

인기 어종은 전문적으로 낚는 고깃배가 있어 많은 공급이 이루어지는데 비해 잡어 취급을 받는 이들 생선들은 그물에 우연히 섞여 들어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식당 메뉴로는 찾아보기 어려워 오일장이나 올래시장 같은 재래시장 또는 항구, 포구 등에서 구입해서 손수 요리를 해야 한다.

지난 가을 일하는 업장에서 ‘제주 모둠 생선 구이’라는 메뉴를 내놨는데 의외로 찾는 고객이 많았다. 안정된 공급만 이루어진다면 정규 메뉴로 내놓아도 손색이 없다는 기대를 갖게됐다. 물론 은갈치나 옥돔도 맛있는 생선이지만 고객에게 다양한 경험을 선사하는 노력이 서귀포 요리사의 도리 아니겠는가. 항상 그런 건 아니지만 대부분의 메뉴 개발은 시장에서 이뤄진다.

이번 주말에도 경매 시간에 맞춰 항구에 나가볼 예정이다. 이른 새벽 어시장 경매에 분주하게 입찰에 참가하는 중매인 아저씨들, 낙찰 받은 생선을 분류하며 손질하는 아낙네들, 그리고 주변 가판의 상인들과 해장국 식당의 정겨운 광경이 새벽 잠을 깨우기 때문이다. 밤새 조업을 마친 어선들이 쏟아내는 싱싱한 연안 생선들을 만난다는 설렘으로 서귀포에 사는 동안 새벽 잠은 종종 잊고 살아야 할 것 같다.

이재천 해비치 호텔앤드리조트 총주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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