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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으로 비극의 시대를 관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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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으로 비극의 시대를 관통하다

입력
2016.03.11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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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 One Shot <1>

“이 시대 마지막 로맨티시스트이죠.” 영화사 케이퍼필름의 안수현 대표가 최동훈 감독을 가리켜 한 말입니다. 안 대표는 최 감독의 부인이자 ‘도둑들’(2012)과 ‘암살’의 제작자입니다. 안 대표의 표현처럼 최 감독은 로맨티시스트입니다. ‘절도 작전’ 중에도 연정에 젖어 드는 김해숙과 임달화(‘도둑들’)의 모습만 봐도 그의 낭만을 알 만합니다.

‘암살’은 어둡고 가혹했던 시기를 그리는데 인정과 낭만이 곳곳에 흐릅니다. 양심적 일본인이 목숨 걸고 독립운동을 지원하고,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서 사랑이 피워납니다. 과연 가능할지 스스로도 알 수 없는 조국 독립을 향해 무모하게 몸을 던지는 독립군이야말로 낭만의 극치입니다. 독립군의 맞은편엔 낭만을 밀쳐내고 차가운 현실을 삶의 근거로 내세운 친일파와 밀정이 있습니다.

친일파 거두 처치라는 거사를 앞두고 기념 사진을 찍는 독립군 셋의 얼굴에서는 낭만이 넘쳐납니다. 수줍게 웃는 속사포(조진웅)와 안옥윤(전지현), 황덕삼(최덕문)에게서 위험한 작전의 그림자를 찾을 수 없습니다. 애절하고도 유머러스하게 비극의 시대를 관통하는 낭만 시대극 ‘암살’을 상징하는 장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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