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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희 “미스코리아 출신 아나운서 편견 깨려 노력했죠”

입력
2016.03.11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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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 오디션 통해 앵커 자리 올라

실력 입증할 수 있어서 기뻐

지난해 프리 선언 후 활동 넓혀가

예쁜 얼굴보단 매력을 지닌

‘보물’들을 찾아내는 대회 되길

2005년 미스코리아 진 김주희는 "미스코리아는 건강한 도전"이라고 정의했다. 코엔스타즈 제공
2005년 미스코리아 진 김주희는 "미스코리아는 건강한 도전"이라고 정의했다. 코엔스타즈 제공

“아름다운 사람이요? 화려하고 멋진 사람은 방송국에서 많이 봤죠. 그보단 내면의 힘이 강한 사람, ‘멘탈’이 건강한 사람, 생각이 바르고 그것이 행동과 일치하는 사람이 아름다워 보입니다.”

2005년 미스코리아 진 김주희(35)는 자신의‘아름다운 사람’에 대한 기준을 이렇게 정의했다. 미스코리아 진 당선 직후 SBS에 아나운서로 입사해 지난해까지 근무한 그는 “누가 알아주든 그렇지 않든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올곧게 자신의 길을 가는 사람이야말로 세월이 흐르면서 점점 더 빛나는 사람”이라며 “나이 들어 주름이 늘고 살도 찔 수 있겠지만 내면의 힘이 건강하면 아름답게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주희는 장은영, 서현진, 차예린 등과 함께 대표적인 미스코리아 출신 아나운서다. 미스코리아 대회에 참가한 해에 곧바로 아나운서가 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3년째 아나운서를 준비하고 있던 해였는데 올해가 마지막이다, 하고 마음을 다지던 때였어요. 이전 해에 아나운서 시험 최종에서 떨어지고 살을 뺀 뒤 자신감을 얻어 우연히 도전했던 거였는데, 신기하게도 소소한 일들이 하나씩 술술 풀렸던 느낌이었어요. 본 대회가 원래 중국에서 하기로 했는데 갑자기 취소됐고, 합숙 중 아나운서 2차 필기 시험 공고가 났는데 대회 다음날이었어요. 대회가 서울에서 열렸던 게 천만 다행이었죠. 대회 다음날 아침 머리도 못 감고 스프레이 잔뜩 뿌린 머리로 아나운서 시험 보러 간 기억이 나요. 타이밍이 뭔가 기가 막혔죠.”

김주희의 진 당선이 이채로웠던 건 미스코리아 출전의 필수 요소로 꼽히곤 하는 ‘미용실’의 도움을 받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그는 서울 대회 때부터 주최사가 당일 제공하는 헤어스타일링과 메이크업을 받았고 아나운서 정장을 입고 참석했다. 심지어 서울 대회 때는 부모에게 알리지도 않고 홀로 나섰다. 서울 진이 되고 나서야 출전 사실을 알렸다고 한다.

김주희는 미스코리아가 단지 외모만을 보고 뽑는 대회가 아니어서 진이 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겸손해 했다. 그는 “외모가 특별히 뛰어나서가 아니라 아나운서 시험을 오래 준비한 덕에 ‘스피치 면접’ 때 많은 점수를 받아 진이 될 수 있었던 것 같다”면서 “여성가족부에 의해 멘토로 위촉돼 학생들에게 강의를 다닐 때에도 그때의 경험을 교훈 삼아 ‘내면이 준비된 사람은 결국 그것이 무기가 돼서 빛날 수 있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미스코리아는 김주희에게 양날의 검이었다. 관심이 높은 만큼 선입견도 많았기 때문이다. 아나운서가 되고 난 뒤엔 ‘미스코리아라는 타이틀 덕에 아나운서가 됐다’는 편견을 깨는 게 급선무였다. 그는 6개월의 아나운서 수습기간이 끝나기 전 사내 오디션을 통해 아침뉴스 앵커 자리를 꿰찼다. 김주희는 “오래 준비했던 것만큼, 힘들었던 시간만큼 결국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소식을 듣고 기뻐서 얼마나 펑펑 울었는지 몰라요. 편견을 조금 깰 수 있었던 것 같아 다행이었죠. 미스코리아라서 이름과 얼굴을 빨리 알릴 수 있다는 장점은 있었지만, 동시에 그에 따르는 편견을 깨기까진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김주희는 SBS 입사 10년 만인 지난해 말 사표를 내고 프리랜서 아나운서가 됐다. 아나운서 3년 차 즈음부터 기획사 영입 제의를 많이 받았지만 당시엔 “연예인이 되기 위해 미스코리아에 나갔던 게 아니라는 걸 증명하고 싶기도 했고 어떤 일이든 10년은 해야 전문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모두 거절했다고 한다.

프리랜서가 된 뒤 그는 MBC ‘복면가왕’, 채널A ‘동갑내기 여행하기’ 등에 출연하며 차츰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10년간 쉼 없이 달려오다 보니 몸도 마음도 재충전하고 싶었고 매너리즘에서 탈피해 잘할 수 있는 것에 대해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기도 했습니다. 처음엔 두렵기도 했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지 설레기도 합니다. 담백하고 솔직한 모습으로 천천히 나아가려고요. 좌절하고 힘든 상황에 처해 있는 사람들을 위로하고 다독이며 따스한 마음을 전하는 방송인이 되고 싶습니다. 제가 왜 아나운서를 꿈꾸었는지에 대한 초심으로 돌아가서 말이죠.”

미스코리아 출신으로서 의무감을 느낄 때도 있다고 한다. 그는 “일상 속에선 미스코리아였다는 사실을 잊고 살지만 미스코리아를 대표하는 자리에서 내 역할을 해야 할 땐 육체적이나 정신적으로 건강한 삶을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올해로 60주년을 맞은 미스코리아에 대한 바람도 있다. “외모가 예쁜 친구들은 연예기획사가 얼마든지 뽑을 수 있잖아요. 연예인보다 예쁘진 않아도 다른 매력을 지닌 보물을 찾아내는 대회가 되길 바랍니다. ‘미스코리아는 다르다’는 걸 보여주면 부정적인 인식도 바뀌지 않을까요.”

고경석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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