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당뇨 약이 크면 센 약인가요?
A) 우리 나라 환자 분들은 약의 크기에 예민한 것 같습니다.
약이 크면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선입견을 버리시면 더 좋습니다. 당뇨 약이 큰 것이 많은데 이는 메트포민이라는 약 때문입니다. 다른 당뇨 약은 한 알의 용량이 몇 내지 몇십 mg 이지만 이 메트포민은 보통 용량이 500~1000mg 입니다. 기본 한 알의 용량이 크기 때문에 약 알이 큰 것이지 약이 세기 때문에(많은 분들이 '독하다'고 표현하십니다) 큰 것은 아닙니다. 당뇨 약이 세다는 것은 저혈당이 잘 오는 약으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부작용이 더 많다는 의미도 있겠지요. 저혈당이 잘 오는 설폰요소제 라는 약물이 있는데 이 약은 대부분 약 알의 크기가 아주 작습니다. 그러니 일단 약의 크기로 센 약인지 아닌지 구별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습니다.
저혈당이 잘 오는 약물은 인슐린을 분비 시키기 때문입니다. 인슐린을 많이 나오게 하는 약물이 저혈당이 잘 오는데 물론 이 약물도 적절히 쓰면 혈당조절에 큰 도움이 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약 알이 큰 것은 메트포민이라는 약 때문인데 이 약은 인슐린을 분비시키지 않기 때문에 저혈당이 거의 발생하지 않습니다. 이 약은 인슐린은 분비하지 않고 간에 작용하는데 간에서 당을 합성해 내는 것을 억제해서 혈당을 떨어뜨립니다. 전에 잠을 자고 있는 새벽에 혈당이 올라간다는 말씀을 드린 적이 있는데 이 때 혈당이 올라가는 이유가 간에서 당을 만들어 내기 때문입니다.
이 작용을 억제하기 때문에 공복혈당을 떨어뜨리는 것이 이 약의 주요 작용입니다. 이 약은 약방의 감초처럼 대부분의 당뇨 약에 들어갑니다. 약이 좀 크다면 대부분이 약이 들어가서 입니다. 그리고 이 약은 당뇨병 초기부터 쓰는 약입니다. 그래서 약이 커서 센 약일 것이라는 선입견을 버리는 것이 좋습니다.
약을 더 커지게 만드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는데 '서방형'으로 약을 만들기 때문입니다. 서방형이라는 말이 또 어렵게 느껴지실 수 있는데 순수한 우리 말로 표현하면 약을 천천히 지속적으로 흡수되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약의 작용시간이 짧으면 약을 여러 번 복용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 메트포민이 작용 시간이 짧습니다.
약을 여러 번 복용하다 보면 대부분 저녁 약을 많이 까먹습니다. 저녁 약을 잊으면 약의 작용이 저녁부터 약해지기 때문에 다음 날 아침 혈당이 올라갈 수 있습니다. 아침 공복 혈당이 올라가면 그 날의 혈당 성적은 좋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한 번 복용해서 약의 작용이 다음 날 아침까지 지속되게 한 것이 바로 서방형입니다. 너무 좋은 작용 이지만 서방형으로 만들다 보면 약 알이 커집니다. 그래서 비교적 큰 약인 메트포민을 서방형으로 만들면 약이 더 커집니다. 서방형으로 만들면 약은 커지지만 작용 시간도 길어질 뿐만 아니라 부작용도 적어집니다.
최일훈 원장은 대전 '새서울내과 영상의학과 의원' 원장으로 가정의학과 전문의다. 주 진료과목은 전반적인 당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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