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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프랑켄슈타인의 괴물을 만나다

입력
2016.03.1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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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할 오늘] 3월 11일

메리 셸리의 소설 '프랑켄슈타인'이 1818년 오늘 출간됐다. 그는 SF라는 장르를 창조했고, 프랑켄슈타인의 괴물을 알게 된 새로운 인류를 창조했다. 리처드 로스웰의 1840년 초상화.
메리 셸리의 소설 '프랑켄슈타인'이 1818년 오늘 출간됐다. 그는 SF라는 장르를 창조했고, 프랑켄슈타인의 괴물을 알게 된 새로운 인류를 창조했다. 리처드 로스웰의 1840년 초상화.

1818년 3월 11일, 인류는 한 21세 영국 소녀에 의해 SF라는 문학 장르를 얻었다. 그의 ‘프랑켄슈타인: 또는 현대의 프로메테우스’ 초판이 영국에서 출판됐다. 메리 셸리(Mary W. Shelley, 1797~1851). 그는 선구적 자유주의 페미니스트 메리 울스턴크래프트와 아나키즘 철학자 윌리엄 고드윈의 딸이고, 낭만주의 시인 퍼시 셸리의 두 번째 부인이었다.

작가 메리 셸리의 실명을 밝혀 다시 낸 1831년판 서문에 따르면, 1815년 18세의 메리 울스턴크래프트 고드윈(결혼 전 이름)은 당시엔 연인이던 퍼시 셸리와 스위스로 여행을 떠나 바이런의 제네바 별장에 들렀다. 폭풍우 치는 어느 밤, 무료함을 견디던 차에 바이런이 각자 괴담을 하나씩 써보자고 제안했다고 한다. 그 밤 바이런이 쓴 흡혈귀 이야기는 그의 친구 존 폴리도리(1795~1821)에 의해 장편소설 ‘뱀파이어’가 됐고, 1897년 브램 스토커의 ‘드라큘라’로 이어졌다.

그 여행에서 메리 셸리는 이야기를 만들지 못했지만 아이디어를 얻었다. 연인 퍼시와 바이런이 나누던 대화 중 ‘갤버니즘(galvanism)’이란 말을 듣게 된 거였다. 이탈리아 해부학자 갤버니(Luigi Galvani, 1737~1798)는 기전기(起電機ㆍ마찰이나 정전기 등을 통해 전기를 발생시키는 장치)가 놓인 테이블 위에서 해부한 개구리 다리 신경을 메스로 건드리면 근육이 수축되며 기전기에 전기 불꽃이 튀는 사실을 관찰, 동물 전기라는 게 뇌와 신경ㆍ근육 회로를 따라 흐른다는 내용의 논문을 과학잡지에 발표했다. 갤버니즘이 밤의 대화에 등장한 건 그 실험이 문학인들의 고딕적 상상력을 자극했기 때문이겠지만, 과학 자체에 대한 기대와 관심도 그만큼 컸을 것이다. 어쨌건 그렇게 문학과 과학이 만났다.

제임스 웨일의 1931년 영화 '프랑켄슈타인'의 괴물.
제임스 웨일의 1931년 영화 '프랑켄슈타인'의 괴물.

셸리는 여행 뒤 천재 물리학도 빅터 프랑켄슈타인을 ‘창조’했고, 그에게 죽은 몸에서 생명을 ‘창조’하는 능력을 부여했다. 그리고 그의 과학자는 “존재가 허락하는 것보다 더 위대해지려고 갈망하는 사람보다 자기 고향이 세상의 전부인 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더 행복한지를”(오숙은 옮김, 열린책들) 알아야 한다고 세상에 충고하면서도, 자신은 예외로 알 만큼 오만했다.

프랑켄슈타인은 죽은 자의 몸을 조립해 키 240㎝의 괴물을 만들었고, 그 새 생명에 의해 연인과 가족과 친구와 제 생명을 잃는다. 낭만주의 시대의 작가 셸리는 그 비극의 바닥에 괴물의 고독-반려 없는 운명-을 융단처럼 깔았다. “내가 이토록 잔인해진 것은 억지로 내게 주어진 이 진저리 나도록 고독한 삶 때문이오!”

셸리가 ‘창조’한 건 캐릭터와 서사, SF라는 새로운 장르에 그치지 않았다. 위대한 작품은 그 작품을 알게 된 새로운 인류를 창조한다. 물론 그 인류는 천재의 충고를 알지만 대개 자신은 ‘예외’라 여기는 이들이다.

최윤필기자 proos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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