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는 10일 이세돌 9단과 벌인 2차전에서도 전혀 예상치 못한 변칙수로 전문가들조차 당황하게 만들었다. 프로기사라면 상상조차 힘든 수에 이 9단도 연신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알파고의 변칙수는 초반부터 나왔다. 우하귀 정석 수순을 진행하던 알파고는 갑자기 손을 빼 상중앙에 13수를 착수했다. 아마추어라면 몰라도 프로 대국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장면이었다. 바둑TV 해설자로 나선 김성룡 9단의 입에선 “어? 인간의 바둑에선 처음 보는 수”란 표현까지 터져 나왔다. 의외의 수에 이 9단은 5분 가까운 시간을 허비했다.
족보에도 없는 알파고의 ‘황당한 수’는 계속됐다. 알파고는 이어 우하귀로 돌아와 흑이 한 칸 벌린 곳을 들여다 본 15수를 뒀고 대국장 주변의 프로기사들 사이에선 ‘악수’란 지적이 나왔다. 집으로는 손해가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생각지도 못한 수에 이 9단은 당황하며 주어진 제한 시간을 10분 가까이 썼다. (▶ 경기해설 보기)
우변에 어깨를 짚어간 37번수도 백미였다. 프로바둑에선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이 수에 대국 직후 김성룡 9단은 “프로기사가 인공 지능에게 배워둬야 할 수”라고 극찬했다. 인간의 창의성을 뛰어넘는 인공지능(AI)만이 낼 수 있는 수란 얘기다. 바둑TV 공동해설자로 나선 이희성 9단도 알파고의 예상치 못한 수에 대해 “이상하게 어색하지만 전체적인 균형을 맞춰가는 수”라며 김 9단의 긍정적인 평가에 동조했다.
결과적으로 알파고의 변칙수에 이 9단은 적지 않은 시간을 할애하고서도 정수 찾기에 실패하며 항복한 셈이 됐다.
더 큰 문제는 남은 3,4,5국에 대한 전망 또한 우울하다는 점이다. 이 9단이 1차전과 달리 2차전엔 혼신의 힘을 다했는데도 졌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 9단은 자신의 강점으로 꼽혀온 끝내기에서도 알파고를 압도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정석 수순에서 벗어난 알파고의 변칙수에 이 9단이 제대로 응징하지 못하면서 향후 대국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이 9단은 벌써 알파고와 두 번이나 겨뤘지만 알파고 공략에 필요한 뾰족한 수를 찾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허재경기자 rick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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