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1명당 병원 1곳만 운영 가능
현행법선 유디치과 등 유명체인 불법
●헌법소원 낸 네트워크 병원 측
“업계에 경쟁 일으켜 고객에게 이득 진료- 경영 분리 등 장점 많아”
●의료법 방어 나선 복지부 측
“국민건강 보호보다 영리추구 우선
뇌물수수, 개인의원 폐업 이어질 것”
의사 1명이 병원을 1개만 개설ㆍ운영하도록 한 현행 의료법은 위헌인가 아닌가. 전국에 100여개가 넘는 치과를 두고 있는 네트워크 병원인 유디치과의 운영을 불법으로 판단한 일명 ‘반(反) 유디치과법’을 놓고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헌법재판소는 10일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서 의료인이 2개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ㆍ운영할 수 없도록 한 의료법 33조 8항에 대한 위헌소원 사건의 공개변론을 열었다. 이 변론은 경기 성남시 튼튼병원 원장인 A씨가 실제로는 2개 이상의 다른 병원을 개설ㆍ운영하고 있는 원장 B씨에게 고용돼 있는 불법병원이라는 이유로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진료비 지급거부 및 74억원 환수 처분을 받자, 지난해 1월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한 데 따른 것이다.
청구인인 튼튼병원 측과 이해관계인인 보건복지부 측의 공방은 네트워크 병원의 부작용이 있느냐에 초점이 맞춰졌다. 청구인 측 보조참가인으로 참여한 유디치과 측은 “네트워크병원인 유디치과는 가격과 서비스 경쟁을 유발해 임플란트 가격을 획기적으로 인하시켰다”며 “공동구매를 통한 원가절감, 진료와 경영 분리로 의료인이 진료에만 전념하는 것이 가능하다”며 네트워크병원의 장점을 강조했다.
복지부 측은 의사들이 병원 여러 개를 운영할 경우 국민 건강 보호보다 영리추구가 우선시 돼 과잉진료, 환자 유인, 소규모 개인의원의 폐업, 리베이트 수수 등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건보공단 김준래 변호사는 실제로 병원 운영 원장은 따로 있고 명의상 원장들은 수술횟수, 입원 환자 수, 외래진료 환자 수 등 실적에 따라 인센티브를 받으며 일하는 실제 사례를 들어 “네트워크 병원 원장은 영리를 추구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또 “합법적으로 허용된 병원경영지원회사(MSO)를 통해 구매대행 인력관리, 법률ㆍ회계 컨설팅 등 청구인들이 주장하는 네트워크병원의 장점을 살릴 수 있다”고 반박했다.
재판관들은 정부 측이 제시한 부작용이 과연 네트워크병원에 국한된 문제인지를 따져 물었다. 주심인 서기석 재판관은 “환자유인, 과잉진료, 불법 리베이트 등은 병원 중복 개설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며 “과잉의료는 (한 병원 내에서도) 인센티브 지급을 조건으로 고용된 의사는 언제든 나타날 수 있는 문제이며, 리베이트는 일반 병원의사들도 많이 받고 있다”고 정부 측에 질의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측 정의정 변호사는 “일반 의사들은 제약사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지만 네트워크 병원은 개원, 의료기기 구입 시 훨씬 큰 규모의 리베이트를 받는다”고 답했다. 하지만 청구인 측 참고인 최혁용 대한브랜드병의원협의회 부회장은 “자신이 진료 수익을 모두 가져가는 소규모 개인병원이 오히려 과잉진료가 심할 것”이라며 “의료인이 수익을 가져가는 것을 영리추구라고 하지 않으면서, 유독 네트워크병원만 영리를 추구한다고 과도하게 공격한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양측 모두 네트워크병원과 일반병원의 과잉 진료 현황 등을 통계로 제시하지는 못해 재판관들로부터 “구체적인 자료는 없이 ‘그럴 것이다’라는 주장만 하고 있다”고 질책을 받기도 했다.
유디치과 등 서류상 원장이 아닌, 자본 등을 대준 다른 의사가 실질적으로 병원을 운영하는 네트워크 병원은 2011년 의료법 개정으로 불법이 됐다. 이에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1월 유디치과 관계자 및 의사 7명을 불구속 기소하기도 했다.
남보라기자 rarar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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