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현 의원 막말 녹취록 파문’ 속에서도 10일 여권의 눈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구ㆍ경북(TK) 방문에 쏠렸다. 새누리당 친박계와 비박계 간 공천 혈투가 한창이란 미묘한 시점 때문이다. 박 대통령에겐 ‘아스팔트 지지기반’이자 최후의 보루인 TK에서 ‘정치적 균열’을 용납하지 않겠단 의지의 표현이라는 해석이 여권 내에서도 나왔다.
비박계는 박 대통령의 행보 자체가 ‘진박 지원’이라는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다고 보고 비판적 반응이 많다. 비박계 핵심 인사는 “당내 상황을 생각한다면 공천이 끝난 뒤, 야당까지 고려한다면 4ㆍ13 총선이 끝난 뒤 방문하는 게 맞다”며 “진박을 지지해달라는 여론몰이를 하려는 의도가 빤히 보인다”고 비판했다. 더구나 이날 박 대통령이 참석한 경북 안동의 신청사 개청식은 당초 일정보다 앞당겨진 것으로 알려져 논란을 키우고 있다. 경북도청 관계자는 “원래 계획상 개청식은 5월쯤으로 알고 있었다”며 “그런데 무슨 이유에선지 당겨졌다”고 말했다.
‘선거의 여왕’으로 불리는 박 대통령은 과거에도 방문 행보로 정치적 메시지를 전하는 ‘동선 정치’를 하곤 했다. 이 때문에 총선 때마다 후보들은 자신들의 지역구에 ‘대통령 모시기’에 열을 올리기도 했다.
특히 취임 후 야당의 반발이 뻔히 예상되는데도 선거 예정 지역을 방문할 정도로 행보에 거침이 없었다. 2014년 7ㆍ30 재보선을 19일 앞두고 새누리당과 옛 새정치민주연합, 정의당 후보가 맞붙은 경기 김포의 로컬푸드 직판장을 찾은 게 대표적이다. 당시 재보선에선 홍철호 새누리당 당협위원장(현 의원)이 당선됐다.
이날 대통령의 방문은 야당보다 여당 내 비박계를 겨냥했다는 게 여권의 시각이다. 현재 대구에선 대통령이 ‘배신의 정치인’으로 낙인 찍은 유승민 의원과 그의 측근 의원들 지역구에 진박을 자처하는 인사들이 출마해 공천장을 두고 혈투 중이다. 이 때문에 대구의 공천 전쟁은 ‘박근혜 vs 유승민’의 구도로 여겨진다. 특히 유 의원이 20대 총선에서 살아 돌아올 경우엔 여권의 무시 못할 미래권력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대통령의 TK 방문은 ‘유승민’이란 미래권력이 움트기 시작한 TK의 상황을 두고 볼 수 없다는 시그널”이라며 “현재의 미세한 균열을 막지 못한다면 종국에는 TK란 둑이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도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이 같은 행보를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은 별로 없다. 김 교수는 “차기 권력구도 역시 자신을 중심으로 재편할 것이며 그러기 위해서 내 우군만은 지킨다는 우군정치를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수도권에선 되레 역풍도 우려된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박 대통령이 정치적 오해와 논란을 키워 수도권에서는 도리어 부정적 여론이 일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김지은기자 luna@hankookilbo.com
서상현기자 lss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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