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효과 제한적… 더 지켜보자”
이주열 총재, 금융 안정에 무게
한국은행의 선택은 이번에도 기준금리(1.50%) 동결이었다. “좀 더 지켜보자”며 추가 금리인하 여부에 대한 선택을 4월로 늦춘 모습이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10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정례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1.50%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6월 1.75%에서 1.50%로 낮춘 뒤 9개월째 동결 행진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정례회의 직후 기자회견을 통해 “현재 기준금리는 실물경제를 제약하지 않는 완화적인 수준”이라며 “지금처럼 대외여건이 불확실한 상황에서의 기준금리 인하는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동결 배경을 밝혔다. 7명의 금통위 위원 중 하성근 위원만 지난달에 이어 이달에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낮춰야 한다”는 소수의견을 냈다.
한은의 이 같은 결정은 ▦가계부채 급증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 우려 ▦여전한 미국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 ▦주요국 통화완화정책의 미미한 경기부양 효과 등을 고려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주열 총재는 “경기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은 지난달과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1,200조원을 돌파한 가계부채가 금리인하로 급속히 불어날 경우 소비를 억제해 실물경제에 악영향을 주는 악순환을 불러올 수 있다는 판단이 주효했을 가능성이 높다. 김승현 유안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추가 금리인하 기대로 하락했던 3년 만기 국고채권 금리가 금통위를 앞두고 다시 상승하는 등 시장에서도 3월에는 금리인하 명분이 높지 않았다”고 말했다.
여기에 유럽을 비롯해 일본, 미국 등 주요국 통화정책회의가 이달에 잇따라 열리기 때문에 한은이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내리기보다 이를 지켜본 뒤 대응에 나서는 쪽을 선택했다는 분석이다.
다만 한은이 “대외 경제여건을 볼 때 국내 경제 성장경로가 불확실하다”고 밝힌 만큼 시장에서는 한은이 추가 금리인하에 나설 가능성을 여전히 높게 보는 모습이다. 박종연 NH투자증권 채권팀장은 “국내외 경제여건을 감안할 때 4월에 기준금리가 인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상훈 KB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늦어도 6월 안에는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한은의 기준금리 동결로 그간 내림세를 탔던 시중금리는 일제히 상승세로 돌아섰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기준금리와 같은 연 1.500%로 전날보다 0.030%포인트 올랐다. 1년 만기 국고채도 전날보다 0.015% 오른 연 1.486%로, 10년 만기 국고채는 0.013%포인트 오른 연 1.863%로 거래를 마쳤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