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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개막 인터뷰] 허정무 부총재 "프로축구 자만, 제 자리 찾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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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개막 인터뷰] 허정무 부총재 "프로축구 자만, 제 자리 찾을 때"

입력
2016.03.10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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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지와 인터뷰하는 허정무 한국프로축구연맹 부총재. /사진=임민환기자 limm@sporbiz.co.kr

행정가로 만난 허정무(61) 한국프로축구연맹 부총재에게서는 열정이 느껴졌다. 프로축구, 나아가 대한민국 축구의 발전을 위해 잘못된 점을 개선하려는 개혁의지가 뚜렷했다.

허 부총재는 최근 여러 사정으로 프로축구단 재정이 나빠지고 있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들린다는 질문에 "자만해 있었기 때문"이라고 쓴소리를 서슴지 않았다. 그는 "프로축구가 급박하게 출범하고 자만해 있었다. 기업에서 주는 돈을 쓸 줄만 알았지 자생하려는 노력을 게을리 했다"고 짚었다. 오는 12일 2016 K리그 개막을 앞두고 허 부총재를 지난 8일 축구회관에서 만났다.

-K리그가 힘찬 새 시즌을 연다. 올해 흥행과 전체 판도를 전망한다면.

"작년부터 실관중집계를 도입하고 조금씩 늘어나는 게 보인다. 전 구단을 상대로 관중동원 및 구단 마케팅 관련 교육을 시키고 있다. 일부이긴 하지만 승부조작ㆍ심판매수 등의 악재를 털어내고 새로 도약하는 과도기이다. 이제 상당히 정화되는 상태다. 축구 자체가 저평가돼 있는 게 사실인데 제 자리를 찾아가야 될 때다."

-야구와 축구를 비교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매일 경기를 하는 프로야구는 관중 총 집계에서 당연히 많다. 반면 축구는 매일 할 수 있는 운동이 아니다. 1주일에 한번 정도다. 분명히 해야 될 건 A매치를 제외하고 단일 종목으로 가장 많은 관중이 들어왔던 게 또 축구다. 그만큼 저력이 있다. 최대한 팬들이 불편하지 않게 환경을 조성해줘야 한다. 그런 면에서 구단들이 굉장히 발전하고 있다."

-경기 침체 속에 구단의 재정 여건이 나빠져 간다는 현장의 얘기가 들린다.

"힘든 건 분명하다. 프로축구가 급박하게 출범하고 자만해 있었다. 기업 운영이 많았다. 기업에서 주는 돈을 쓰기만 했다. 시민 구단들이 생겨나서도 시에 의존해왔다. 자체적으로 팬들을 끌어들이고 자생해나갈 수 있는 노력이 턱없이 부족했다. 한때 저조했다가 평균 관중 2만 명 시대를 연 미국과 일본프로축구처럼 자체적으로 팬 마케팅을 하며 자생력을 키우기 위해 굉장히 많이 노력해야 한다."

-반면에 중국은 '축구굴기'를 내세우며 대대적인 투자로 엄청난 힘을 키워가고 있다.

"중국은 인구도 그렇고 규모 자체가 다르다. 어마어마하다. 중계권료라든가 스폰서 등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보통 조 단위다. 5년 중계권료만 1조4,923억원이다. 우리와 비교 불가다. 돈을 퍼부으며 클럽들은 강해져 저력이 있다. 그러나 밑바닥이 약하다는 단점도 있다. 유소년부터 쭉쭉 커 나와야 하는데 그런 부분을 소홀히 한다. 대대적인 투자로 클럽은 상당히 강해지는데 자국 대표팀의 경쟁력이 약한 이유다."

-현 시점에서 프로축구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는.

"자생 노력과 유소년 축구에 대한 투자다. 유소년에 대한 투자가 없으면 대한민국 축구의 미래는 없다. 요즘 우리 선수들이 해외로 많이 나가고 있다. 그런데도 계속 경쟁력 있는 선수들이 나온다는 건 다행히 우리 유소년 시스템이 힘을 갖추고 있다는 증거다. 그걸 강화하고자 R리그(가칭•명칭 공모 중)를 만들었다. 단순한 2군리그 개념이 아니다. 23세 미만의 선수들로만 경기하는 리그다. 올해부터 시작하고 14개 구단이 참여했다. 유소년 꿈나무들이 커오는 과정 중 정작 18세에서 22세까지의 공백이 컸다. 프로나 대학으로 가 바로 주전이 되지 못해 뛸 기회를 잃기 때문이다. 기량을 발전시킬 가장 중요한 때에 공백이 생겼다. 또 이 나이가 올림픽ㆍ아시안게임 출전 연령대라 더욱 중요하다. 미래를 위해 유소년부터 공백 없이 쭉 키워오는 그런 시스템의 정착이 필요하다. R리그는 계속 확장될 것이다."

-리그의 파이를 어떻게 키울 것인지에 대한 복안도 있는가.

"스텝 바이 스텝이다. 기초부터 차근차근 올라가는 게 좋다. 내부적으로 깨끗하고 공정한 운영을 먼저 해야 한다. 연봉공개ㆍ심판 평가ㆍ비디오 판독 등이다. 이를 바탕으로 선수들이 재미있는 경기를 하면 점차 팬들이 늘어날 것이다. 팬들이 늘어야 스폰서들이 붙게 되고 경제적으로 좋아진다. 팬들이 없는데 우리만 어떻게 파이를 키우나. 하루아침에 안 된다. 하나하나 경기 내 질서를 바로 잡고 재미있는 경기를 하고 구단은 팬 친화적인 서비스를 늘려나가면 자동적으로 파이는 커진다. 처음 시작하는 마음으로 가야 된다."

-리우 올림픽이 다가온다. 전망한다면.

"23세 이하가 출전하는 올림픽은 항상 희망을 갖고 할 수 있는 대회다. 메달권이 가능하다고 본다. 권창훈(22ㆍ수원 삼성) 등 선수들 기량이 좋다. 지금 전력이라면 충분히 해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준비를 잘 해 좋은 색깔의 메달을 땄으면 좋겠다."

-개막을 손꼽아 기다리는 K리그 및 축구 팬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

"항상 고맙다. 안 좋은 일도 있었고 즐거운 일도 많았지만 운동장을 찾아주시는 팬들에게 고마울 따름이다. 운동장 안팎으로 여러 가지 측면에서 많이 좋아지고 있다. 팬 여러분들이 조금이라도 더 운동장을 찾아주시면 그게 최고의 힘이 된다. 축구를 사랑해주시고 와서 즐겨달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정재호 기자 kemp@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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