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방위 제1위원장이 9일 소형화된 핵 탄두로 추정되는 원형 물체(내폭형 기폭장치)까지 공개하며 “핵 탄을 경량화 해 탄도 로켓에 맞게 표준화, 규격화를 실현했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이 핵무기 소형화에 성공했다고 직접 발언한 것은 처음이다. 앞서 “핵탄두를 임의의 순간에 쏴버릴 수 있게 준비해야 한다”고 지시한 것과 관련, 마치 자신의 발언이 허풍에 그치는 게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북한 매체는 이날 김 위원장이 핵무기 연구개발자들과 함께 핵 탄두로 추정되는 은빛 색깔을 띤 구형 물체를 살피는 모습을 공개했다. 이들 뒤로는 지난해 10월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공개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KN-08 미사일 다수가 배치돼 있고, 모자이크 처리된 다탄두 설계도도 세워져 있다. 정부 관계자는 “각종 제재 압박과 한미연합훈련에 맞서 김정은이 직접 나서 내부 결속을 다지기 위한 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군 당국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 구형 물체가 실제인지, 모형인지 그리고 핵 탄두 실전 배치 가능성에 대해 판단이 엇갈렸다.
보통 핵 탄두 소형화를 평가하는 첫 번째 기준으로, 부피와 크기를 따지는데 이날 공개된 구형 물체의 지름은 대략 50~60cm로, 직경이 각각 90cm, 135cm로 알려진 스커드와 노동 미사일에 탑재하고도 남을 수준이라는 평가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사진 속 물체는 핵 폭발이 일어나도록 하는 일종의 기폭장치로, 여기에 유도장치 등을 넣어 바깥 덮개를 씌우면 탄두가 되는 것인 데, (탄두가) 원뿔형의 고깔 모양이라 충분히 실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구형 물체의 중량도 500~700kg이고, 나머지 탄두 및 폭약을 주입해도 1톤을 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해 스커드나 노동 미사일(탑재 가능 탄두 중량 최대 1톤) 에 실전배치가 가능하다는 관측이다. 또 구형 물체를 감싸는 겉 표면의 반짝이는 동그란 무늬 조각(일명 폭약렌즈)이 많으면 많을 수록 핵 무기 위력이 높아지는 데, 90여 개 이상으로 추정돼 정교한 기술력도 갖췄다는 평가다.
반면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조악한 모조품으로, 북한의 핵탄두 중량 기술력은 현재 2톤 정도로 전폭기에서 떨어트리는 것은 몰라도 미사일에 싣기는 한참 모자란다”고 잘라 말했다. 한미 당국도 북한의 핵 탄두 소형화에 대해 “당장은 실현가능성이 없다”고 평가절하하는 분위기다.
국방부는 2014년 12월 발표한 국방백서를 통해 “북한의 핵무기 소형화 능력이 상당수준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고 명시했지만 실전배치 능력에 대해선 섣불리 평가할 수 없다는 신중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미국도 “(북한의 핵탄두 소형화 기술에 대한) 우리의 평가는 달라지지 않았다”며 북한 주장을 일축했다. 피터 쿡 미 국방부 대변인은 8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의 위협에 대한 우리의 (작전) 계획도 바뀐 것이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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