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이 12일 오후 2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전북 현대와 FC서울의 공식 개막전을 시작으로 기지개를 켠다. 각 팀과 선수들 사이에 얽힌 사연을 알고 나면 더 재미있는 ‘숨은 더비’를 소개한다.
깃발라시코
최근 성남FC 구단주인 이재명(52) 성남시장과 수원FC 구단주 염태영(56) 수원시장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뜨거운 설전을 벌였다.
이 시장이 지난 2일 자신의 트위터에 성남의 새 외국인선수 피투(32)의 영입을 알리며 ‘피투가 피 튀길지도···. 염태영 구단주님 혹 쫄리시나요? 성남 첫 원정 상대가 수원FC인데 수원에서 만납시다’고 도발했다. 염 시장도 지지 않았다. ‘고대하고 있습니다. 시즌 직전까지 외국 선수 영입할 정도로 걱정 되시나요’라고 응수했다. 이 시장은 다시 ‘팬들이 이긴 시청 깃발을 진 시청에 걸라고 하는데 어떨까요’라고 물었고 염 시장도 ‘세게 나오시네요. 좋습니다. 단 처음인데 시청 깃발보다 구단 깃발로 시작하시죠’라고 화답했다. 팬들은 두 구단주의 설전을 세계적으로 유명한 엘 클라시코(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의 더비)에 빗대 ‘깃발라시코’라 부르며 열광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 두 팀은 19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맞붙는다. 여기서 궁금한 점 하나. 진짜 진 팀의 시청에 이긴 구단의 깃발이 걸리게 될 까. 사실 시청에 구단 깃발이 걸려있지는 않다. 두 구단의 깃발은 각각의 홈 경기장에만 있다. 수원FC 홍보팀 최명진 대리는 “시청에는 시 깃발과 태극기만 걸려 있다”면서도 “큰 이슈가 되고 있으니 약속대로 지는 팀의 홈 구장에 이긴 팀의 구단 깃발을 거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고 웃음을 지었다.
심니체
서울의 장신 수비수 심우연(31)의 별명은 ‘심니체’다. 2006년 서울에 입단해 2009년까지 뛴 그는 한때 올림픽 축구대표팀에 선발될 정도로 촉망 받는 공격수였다. 주전 경쟁에서 밀려 2009년 말, 2대2 트레이드를 통해 전북으로 이적했다. 이듬해인 2010년 3월, 전북 유니폼을 입은 심우연은 서울 원정에서 후반 44분 극적 결승골을 넣은 뒤 서울 팬들 앞에서 손가락으로 총 모양을 만든 뒤 머리에 대는 도발적인 세리머니를 펼쳤다. “서울에서의 심우연은 죽었다는 의미”라고 밝혀 서울 팬들의 심장에 비수를 꽂았다. ‘심니체’라는 별명도 이때 생겼다. 니체가 ‘신은 죽었다’고 말한 것을 빗댄 것. 심우연은 2010년 말, 중앙 수비수로 포지션을 바꿨고 2013년 성남으로 이적했다가 올 시즌을 앞두고 다시 서울로 돌아왔다. 심우연 영입에 대해 서울 팬들은 반감을 갖고 있다. 그는 입단 인터뷰에서 “저에게 안 좋은 기억을 가진 서울 팬들이 많을 텐데 앞으로 운동장에서 신뢰감 있는 플레이로 갚겠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아직 앙금은 풀리지 않았다.
동서더비
충남 강경상고 김성기(55) 감독은 수원 삼성과 수원FC의 경기가 벌어지면 ‘짚신 장수와 우산 장수 아들’을 둔 신세가 될 것 같다.
김 감독은 국가대표 출신 수원 공격수 염기훈(33)의 장인이다. 김 감독도 프로시절 유공, 대우에서 뛰었고 국가대표까지 지냈으니 차범근(63)-차두리(36)처럼 국가대표 부자(父子)는 아니어도 국가대표 옹서(翁壻·장인과 사위를 일컫는 말)인 셈. 김 감독의 둘째 사위도 축구선수다. 수원FC 수비수 권혁진(29)이다. 중매를 염기훈 부부가 섰다. 염기훈이 2013년 경찰축구단에서 군 생활을 할 때 권혁진이 룸메이트였다. 평소 성실한 권혁진을 눈 여겨 본 염기훈의 부인 김정민 씨가 친동생 혜민 씨를 소개해 웨딩마치를 올렸다. 권혁진은 경찰축구단 전역 뒤 내셔널리그에서 뛰다가 올 시즌 수원FC에 입단하면서 손위 동서 염기훈을 적으로 만나게 됐다. 염기훈은 측면 공격수, 권혁진은 측면 수비수라 90분 내내 불꽃 튀는 몸싸움이 불가피하다. K리그에서 이상호(29ㆍ수원)-이상돈(31ㆍ고양), 하대성(31ㆍFC도쿄)-하성민(29ㆍ울산) 등의 ‘형제더비’는 종종 있었지만 ‘동서더비’는 드문 일이라 눈길을 끈다. 두 팀은 5월 14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처음 맞붙는다. 장인은 어떤 사위를 응원할까.
윤태석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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