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삼남매, 한정상속승인
상속액 넘는 채무는 면제
삼성가 ‘비운의 황태자’ 고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이 재벌총수 일가로서는 이례적으로 200억원에 가까운 거액의 빚을 남기고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가정법원은 이 명예회장의 부인 손복남 고문과 장남 이재현 회장 등 삼남매가 지난해 법원에 낸 ‘한정상속승인’을 올해 1월 받아들였다고 9일 밝혔다.
한정상속승인은 상속된 자산액수를 넘겨 물려받은 빚에 대해서는 유족이 부담하지 않아도 되는 제도다. 유족이 법원에 신고한 이 명예회장의 자산은 6억원, 채무는 180억여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유족들은 6억원 가량의 상속자산에 대해서만 채무를 부담하게 됐다. 이재현 회장 등이 본인의 재산으로 아버지의 빚을 갚을 필요는 없게 됐다.
이 명예회장이 거액의 빚을 남긴 것은 2012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유산분쟁 소송에서 모두 패한 것이 결정적인 이유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명예회장은 9,400억원 가량의 유산을 요구했으며, 이에 비례해 책정되는 인지대와 변호사 선임비가 200억원 가량이었다.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3남 5녀 중 장남인 이 명예회장은 한때 삼성 후계자 1순위로 꼽혔으나 경영일선을 떠났던 이병철 회장의 복귀 당시 청와대 투서사건 논란에 휩싸여 후계구도에서 배제됐다. 이 명예회장은 이후 해외생활 끝에 작년 8월 중국에서 삶을 마감했다.
부산=정치섭기자 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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