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정무 부총재/사진=임민환 기자
허정무(61) 한국프로축구연맹 부총재는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대한민국의 사상 첫 원정 16강을 이끈 감독으로 역사에 길이 남을 인물이다. 선수로도 발군이었다. 허 부총재는 끈질긴 승부근성으로 `진돗개'라 불리던 타고난 승부사였다.
전남 진도 출신인 허 부총재는 서울 영등포공고를 졸업하고 연세대-해군을 거쳐 네덜란드 명문구단인 PSV 아인트호벤 등에서 활동했으며 74년부터 12년간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았다.
현장의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해설위원으로 명성을 날렸고 2013년 대한축구협회 부회장과 2015년부턴 프로축구연맹 부총재로 변신, 행정가로서 또 다른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선수→감독→해설위원→행정가까지 다방면에서 성공을 거둔 축구인은 흔치 않다.
허 부총재는 지금의 자신이 존재하는 건 다 축구 덕분이라고 했다. 그는 "축구를 통해서 많은 걸 얻었다. 많이 사랑 받고 이름 석 자라도 알렸다. 축구를 위해 아직도 일을 하고 있다는 게 참 보람 있다"고 말했다.
문득 허 부총재가 축구를 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졌다. 우연한 기회가 허 부총재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그는 "늦게 축구를 시작했다. 중학교 졸업하고 1년 쉴 때였다. 아버님이 교장선생님이었지만 7남매가 되다 보니 형편이 좋지만은 않았다. 1년 쉬는 동안 군(郡) 체육대회에 나가서 뛰다가 우연히 눈에 띄어 제의를 받게 됐다. 개인적으로는 학교를 가기 위해 수락한 것도 있었다. 축구에 축자도 몰랐는데 시작하고 4년 만에 청소년대표가 됐고 6년 만에 성인대표로 발탁됐다"고 되돌아봤다.
이어 "아버지가 워낙 운동을 잘하셨다. 골격 자체가 달랐고 그런 피를 물려받아 소질이 있었다. 어릴 적부터 달리기든 높이뛰기든 거의 모든 종목에 대표로 나갈 만큼 운동을 잘했다"고 덧붙였다.
축구 외길을 걸어온 그는 남은 목표도 명확하다. 건강이 허락하는 날까지 축구계에 기여하고 싶은 바람이다. 허 부총재는 "앞으로도 축구를 통해 그 동안 은혜 입은 걸 환원하고 싶다"며 "지금 일은 일각이라고 본다. 활동하는 날까지 축구 일을 하고 싶다. 나중에 축구를 잘했던 사람에 그치는 게 아닌 축구인으로 조금이라도 존경 받을 수 있는 사람으로 평가되고 싶은 게 목표"라고 눈빛을 반짝였다.
정재호 기자 kemp@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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