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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 “올드보이 공천 배제? 내 나이가 어때서…”

입력
2016.03.09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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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 ‘65세 이상 중진 공천 배제설’ 돌아

총선 때마다 나오는 ‘용퇴론’ 능사는 아냐

새누리당 단수추천 지역으로 선정된 경북 구미을에서 '공천 탈락' 통보를 받은 친박(친박근혜)계 3선 중진인 김태환 의원. 연합뉴스
새누리당 단수추천 지역으로 선정된 경북 구미을에서 '공천 탈락' 통보를 받은 친박(친박근혜)계 3선 중진인 김태환 의원. 연합뉴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나이가 많다고 대선에서 컷오프(공천배제)할 겁니까?”

강길부(울산 울주군ㆍ3선)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8일 국회 정론관에서 ‘65세 이상 중진(3선 이상) 공천배제설’에 이의를 제기하는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당 공천관리위원회가 65세 이상 현역 의원의 경우 추가 정밀심사를 진행키로 해 이른바 ‘올드 보이’들은 당내 경선에서조차 아예 배제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돌았기 때문입니다. 이날 그는 “나이가 많다고 경선도 안 시켜주면서 새누리당이 65세 이상 어르신들께 표를 달라고 할 명분이 있느냐”며 “반 사무총장은 71세,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인 버니 샌더스는 74세이고 넬슨 만델라는 76세에 대통령이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노인이 강한 지지기반인 새누리당이 하루 아침에 ‘노인폄하정당’으로 전락한 듯한 느낌이 살짝 들 정돕니다.

강 의원은 올해 만 73세, 지난 4일 현역 의원으론 최초로 컷오프된 김태환(경북 구미을ㆍ3선) 의원은 올해 만 72세입니다. 공교롭게도 9일까지 공천이 확정된 후보자 가운데 65세 이상은 아무도 없습니다. 총선 때마다 제기되는 ‘올드 보이 용퇴론’이 이번에도 어김 없이 고개를 드는 가운데 거취가 결정되지 않은 27명의 중진들, 특히 이 가운데 65세를 넘긴 12명의 의원들은 더욱 좌불안석일 수밖에 없습니다.

나이가 많은 것도 서러운데 늙었다는 이유로 정치를 접으라니, 참으로 가혹합니다. 물론 정치권의 세대교체를 위해 올드 보이들이 기득권을 버려야 하고, 후배를 위해 중진들이 용단을 내려야 한다는 주장은 맞습니다. 실제 19대 초선 국회의원의 평균 나이는 51.5세(당선 시점)로 17대(48.9세)와 비교할 때 3세 가까이 늘었고, 60대 이상 의원의 비율도 18대 62명에서 19대에는 78명으로 증가하는 등 국회는 점점 고령화되는데다 세비가 아까울 정도로 의정활동을 게을리하는 올드 보이들도 있기 때문입니다. 1990년대 정치권에 발을 들인 386세대가(30대ㆍ80년대 학번ㆍ60년대 출생) 486에서 586이 되는 동안 눈에 띄는 신진세력의 정치입문이 없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정치권 관계자들은 ‘올드 보이 물갈이’가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정치라는 것이 타협의 과정인 만큼 전문성 외에도 경험과 연륜이 필요한데‘새 피’만 수혈하다보면 여야 협상에서 정치력을 발휘할만한 인물도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꼬일 대로 꼬인 여야 협상의 실마리를 풀려면 오랜 의정활동으로 상대당 인사들과 인적 네트워크를 가진 중진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정치권에 오래 몸담은 인사들은 18대 국회 후반기 양당 원내사령탑으로 ‘형님’,‘아우’하며 찰떡 호흡을 자랑했던 김무성 대표(당시 한나라당 원내대표)와 박지원 국민의당 의원(당시 민주당 원내대표)의 사례를 대표적으로 꼽습니다. 연륜과 오랜 정치 경험으로 당시 여야 갈등의 핵이었던 ‘천안함 사태로 인한 대북결의안 처리’와 ‘세종시 수정안 문제’ 등을 물리력을 동원하지 않고 매끄럽게 처리, 타협정치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겁니다(한나라당이 막판에 예산안을 강행 통과시켜 신뢰에 살짝 금이 가긴 했습니다만). 2014년 세월호특별법 협상 과정에서 당시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가 협상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난 자리를 5선의 문희상 의원에게 맡긴 것도 같은 이유에서입니다.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나이 순으로 무조건 자르는 물갈이 방식은 어찌 보면 가장 쉬운 방식일 수 있습니다. 오히려 젊은 피를 수혈하되 성과를 바탕으로 정치력을 발휘할 중진의 자리를 남겨놓는 것, 이것이 ‘공천의 묘(妙)’ 이고 바람직한 신구 조화가 아닐까요. 불출마는 나이순(順)이 아니고, 유행가 한 소절처럼 65세는 ‘정치하기 딱 좋은 나이’일지 모릅니다.

정승임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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