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길 국민의당 상임선대위원장은 8일 “지금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당을 앞선다고 마냥 좋아할 때가 아니다”며 “일본 보수정권과 같은 새누리당 장기집권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일부 기자들과 만나 “현재 상황에선 새누리당이 20대 총선에서 180석 이상 얻을 수 있다고 본다”면서 “이후 야당 의원 빼내기에 본격 나선다면 단독 개헌선인 200석까지 채울 가능성이 있다”고 야권의 공멸을 우려했다. 이에 대한 근거로 그는 개성공단 폐쇄 등 정부 주도의 대북 이슈를 거론하고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71년 대선에서 이기고 나서 이듬해 ‘유신’을 선포했다. 당시 유신의 명분이 북한과 경제인데 지금 경제 위기도 심각하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통합파가 당내 소수인 상황에 대해선 “호남 의원들은 당장 (3자 구도가) 문제가 되지 않으니 통합 논의가 절실하지 않다”고 말했다. 또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와 총선을 둘러싼 여러 경우의 수를 논의한 적이 있다”면서 “현재와 같은 상황에선 안 공동대표가 통합 요구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조언한 바 있다”고 말했다. 다만 안 공동대표의 설득에 실패할 경우 선대위원장 사퇴나 불출마 선언 등 거취 변동에 대해선 “고려해 본 적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 밖에 문재인 전 대표의 사퇴와 관련해서도 “예상 밖이었다. 이렇게 김종인 대표에게 전권을 넘길 것이면 진작 그렇게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에 앞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선 김종인 더민주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향해 “패권주의 청산의 진정성을 담보하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자신이 주장한 ‘통합을 둘러싼 뜨거운 토론’의 전제 조건으로 더민주 공천 과정에서 친노 패권주의 청산 등의 가시적 성과를 보여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당 내부적으로 ‘통합불가론’에서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는 안 공동대표에게 퇴로를 열어주기 위한 발언이란 해석도 나온다.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김 대표의 통합 제안은 진정성과 절박성을 담은 정중한 제안으로 받아 들여지지 않았다”며 “김 대표가 통합을 제안하면서 계파 패권주의 정치가 부활하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여러 번 공언했지만 아직까지 그 실천은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이 기자간담회를 자청한 것은 9일 예고된 더민주의 현역 의원 대상 2차 컷오프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2차 컷오프 결과에서 야권통합에 대한 더민주의 진정성이 확인될 경우, 김 위원장이 안 공동대표를 설득할 수 있는 명분을 추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더민주에선 당 대 당 통합 대신 ‘새누리당의 개헌선 저지’라는 명분 하에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지역별 선거연대 수준으로 목표를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국민의당이 이미 당 대 당 통합을 거부한다는 당론을 정했기 때문에 이를 금세 되돌릴 수 없는 현실을 고려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김 위원장은 ‘수도권 연대 수준으로 당내 논의를 거쳐 의결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무슨 의제든 토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향후 더민주와의 지역별 선거연대 논의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했다.
통합파에 대한 국민의당 내 반발도 만만치 않다. 김영환 문병호 의원은 김 위원장의 간담회가 열리는 동안 마포당사에서 발표한 성명에서 “(김 위원장의) 통합 논의가 충정에서 나온 주장임은 이해하나 총선을 앞두고 당의 분란이 커지니 자제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김회경기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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