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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예측과 대응

입력
2016.03.0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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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은 양자역학을 혐오했다. 소립자의 움직임을 정확히 알 수 없다는 불확정성 원리에 대해 아인슈타인은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는 말로 그 허점을 찾기 위해 말년을 보냈다. 입자의 속도와 방향을 동시에 파악하지 못하는 것은 단지 인간이 기술적 한계로 숨은 변수를 밝혀내지 못한 결과라고 보았다. 브라운 운동(분자의 무질서한 움직임) 원리를 처음으로 파악했음에도 양자역학에 대해서만큼은 심한 거부감을 보였다. 아인슈타인은 행성운행의 원리를 파헤친 뉴턴과 마찬가지로 물리적 세계를 결정론적으로 이해했다.

▦ 입자의 움직임은 확률로서만 파악할 수 있다는 양자역학의 기본 원리는 비단 물리학에서만 볼 수 있는 게 아니다. 모리스 켄달이라는 영국의 통계학자는 1950년대 시카고 상품시장의 밀 가격은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1883년부터 약 50년 간 밀 가격추세를 통계적으로 조사한 결과 “우연이라는 악마가 무작위적인 수를 꺼내는 것과 같다”면서 무슨 수를 쓰더라도 미래의 밀 가격이 어떠할지는 알 수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 이는 경제예측이나 주가예측에서도 마찬가지다. 금융수학의 선구자로 불리는 프랑스 수학자 루이 바실리에는 1900년 ‘투기이론’이라는 논문에서 “하루하루의 주가변화는 근본적으로 예측 불가능하다”고 간파했다. 세계의 유명한 실전 투자가들은 ‘소위 전문가들이 하는 예측은 다 헛소리’라고 단언한다. 권위 있는 기관이 그럴듯한 논리를 내세워 내놓는 예측이 그대로 들어맞는 경우는 없다. 과거를 들여다 보는 것은 과거와 현재를 이해하는 데 유용할 뿐이지 미래를 알려주지는 않는다. ‘예측보다는 대응’에 중점을 두는 이유다.

▦ 프로기사 이세돌과 인공지능 컴퓨터 알파고가 9일부터 벌이는 세기의 바둑대결도 예측과 대응의 승부가 될 것이다. 알파고가 아무리 과거의 16만 개 기보에서 3,000가지 패턴을 뽑은 데이터로 무장했다고 해도 어디까지나 과거의 자료일 뿐이다. 역사상 똑같은 기보가 만들어진 예는 없다. 바둑이 가진 경우의 수는 실로 엄청나다. 또한 찬탄을 자아내는 신수(神手)나 묘수(妙手)는 창의적 대응의 결과일 때가 많다. 산전수전을 다 겪은 세계 최고의 기사는 대응에 최적화돼 있다. 그렇다면 감히 예측(?)하건대 결과는 뻔하지 않을까.

/정진황 논설위원 jhch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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