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0ㆍ30대 가구소득이 처음으로 줄었다. 8일 통계청의 ‘가계동향’에 따르면 가구주가 39세 이하인 2인 이상 가구의 지난해 월평균 소득은 431만6,000원으로 전년보다 0.6% 줄었다. 2003년 가계동향 조사가 시작된 이래 처음 나타난 현상이다. 반면, 40ㆍ50ㆍ60대 이상 가구소득은 각각 2.8%, 2.0%, 6.8% 늘었다. 세대 간 소득격차가 벌어지면서 ‘2030세대’가 ‘아버지보다 가난한 첫 세대’로 전락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20ㆍ30대 가구 소득 증가율은 가계동향 조사가 시작된 이듬해인 2004년 5.6%를 기록한 이래 2013년 7.4%에 이르기까지 단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연평균 5% 이상 늘어왔다. 늘 ‘어제보다는 오늘이 낫고, 오늘보다는 내일이 좋을 것으로 기대되는’ 소득 추이였다. 하지만 2014년 소득 증가율이 0.7%로 떨어지더니 지난해에는 급기야 마이너스 증가세가 나타난 것이다.
청년 가구 소득 감소는 청년 취업난과 비정규직 확산의 결과다. 청년(15~29세) 실업률만 해도 2013년 8.0%였던 게 올해 1월엔 9.5%로 치솟았다. ‘취업 준비’를 이유로 구직활동에 나서지 않아 실업률 통계에서 빠진 60만9,000명(올해 1월 통계)까지 감안한 청년 체감실업률은 10%를 훌쩍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일자리의 질도 문제다. 통계청 별도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취업한 청년층 400만명 가운데 20.3%(81만2,000명)가 1년 이하 계약직이었다. 청년 취업자 5명 중 1명이 드라마 속의 ‘미생(계약직)’으로 직장생활을 첫걸음을 내디딘 것이다.
청년 가구 소득 감소는 더 큰 지출(소비) 감소를 일으켰다. 지난해 20ㆍ30대 가구의 월평균 가계지출은 335만9,000원으로 전년보다 0.9% 줄었다. 청년 가구 지출 감소 역시 가계동향 조사 이래 처음이다. 구체적으로는 실제 주거비(월세 등) 지출이 26.6% 급증하자 의류ㆍ신발(-9.3%), 가구ㆍ가전제품 등 가사용품 및 가사서비스(-10.7%) 등에서의 지출을 큰 폭으로 줄인 것으로 보인다. 전ㆍ월세난에 따른 주거비 급등이 소비지출의 격감으로 이어진 사실이 확인된 셈이다.
가계 연령구조에서 기저층인 청년 가구 소득의 위축은 향후 ‘소비 감소→성장률 하락→기업 투자 감소→고용 감소’의 악순환을 가속할 우려가 크다. 청년 취업률을 높이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정책적 노력이 시급하다. 혈세를 쏟아 붓는 고용지원책은 눈가림용 취업률만 잠시 높일 뿐 근본적 대책이 아니다. 19대 국회가 임기 내에 ‘일자리 창출’법안 처리를 서두는 게 훨씬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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