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매출액 상위 100대 기업 중 1990년 이후 설립된 기업은 단 6곳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페이스북, 구글, 이베이, 아마존 등 신생기업들이 대표 기업으로 성장한 미국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다.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은 8일 이런 현상에 대해 “우리 사회에 리스크(위험) 회피 현상이 만연해 있다”고 진단하고 “실패 확률을 낮춰주는 시스템과 실패를 용인하고 이를 사회적 자산으로 활용하는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전경련에 따르면 1990년 이후 설립된 매출액 상위 100대 기업은 현대글로비스(2001년), 아이마켓코리아(2000년), 롯데하이마트(1999년), 미래에셋증권(1999년), LG유플러스(1996년),
이마트(1993년) 6곳에 불과하다. 이를 두고 이승철 부회장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퍼스트 펭귄(Risk Taker)’의 잇따른 출현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퍼스트 펭귄’이란 천적 때문에 바다에 들어가기를 주저하는 무리 중 가장 먼저 바다에 뛰어들어 무리를 이끄는 펭귄을 말한다. 불확실성을 감수하고 용감하게 도전하는 선구자를 의미한다.
금융 부문에서도 위험 부담이 있는 기업금융보다는 담보대출 등 상대적으로 안전한 가계금융 위주의 경영활동이 이어지고 있다고 이 부회장은 지적했다. 실제 전경련이 시중은행 최고경영자(CEO)의 이력을 분석한 결과 CEO 8명 중 6명(75%)은 기업금융 경력이 가계금융 경력보다 더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청소년들이 교사, 공무원 등 안정적 직업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진 것도 리스크 회피 현상의 하나로 봤다. 1999년에 조사된 고교생 희망직업 순위를 보면 언론ㆍ광고인(1위), 교사(2위), 디자이너(3위), 과학ㆍ기술ㆍ건축가(4위), 의사ㆍ약사(5위) 순이었으나 2012년 조사에서는 초등 교사(1위), 의사(2위), 공무원(3위), 중고교 교사(4위), 요리사(5위)의 순이었다.
이 부회장은 “실패를 경험하더라도 영원한 실패가 아닌 재도전이 가능한 사회분위기 조성이 요구된다”며 “구글은 실패를 자산으로 축적하는 기업 문화로 놀라운 성공을 거뒀다”고 말했다.
한준규기자 manb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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