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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즈곤'의 밀젠코 “이제야 노래 시작하는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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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즈곤'의 밀젠코 “이제야 노래 시작하는 기분”

입력
2016.03.08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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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한국서 앨범 발매 및 공연”

“모국 유고와 한국은 역경을 열정적인 음악으로 승화해 비슷”

사진 찍기가 취미인 밀젠코 마티예비치는 "몇 년 전 공연 때문에 인천 숙소에 머물렀는데 첨단 신도시로서의 모습과 한국의 옛 모습이 모두 보이더라"며 "1990년대부터 한국에 와 조금씩 한국의 발전상을 봐 왔기에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이정현 인턴기자
사진 찍기가 취미인 밀젠코 마티예비치는 "몇 년 전 공연 때문에 인천 숙소에 머물렀는데 첨단 신도시로서의 모습과 한국의 옛 모습이 모두 보이더라"며 "1990년대부터 한국에 와 조금씩 한국의 발전상을 봐 왔기에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이정현 인턴기자

“한국에 온 건 운명이라 생각해요.”

노래 ‘쉬즈 곤’으로 국내에도 많은 팬을 거느린 록밴드 스틸하트의 보컬 밀젠코 마티예비치(52)가 8일 오후 서울 강서구 등촌동의 한 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나 “하늘이 맺어준 기회”라며 한국 활동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마티예비치는 최근 MBC 예능프로그램 ‘일밤-복면가왕’에 외국인 최초로 나와 시청자들을 놀라게 했고, 본보를 통해 국내 활동 계획이 알려지면서 눈길을 끌었다. 그는 “5월 한국에서 공연을 열고 새 앨범도 낸다”며 국내 활동 계획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그는 “‘복면가왕’ 같은 다른 음악프로그램의 출연도 논의 중”이라며 “당분간 한국에 머물며 다양한 활동을 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티예비치는 한국 활동을 위해 지난 1월 배드보스컴퍼니란 작은 기획사와 계약을 맺었다.

마티예비치는 1990년 스틸하트로 데뷔해 3옥타브를 넘나드는 폭발력 있는 가창력으로 사랑을 받아 온 록스타다. 미국을 주무대로 활동했던 외국 록스타가 한국 기획사와 계약을 맺고 국내 활동에 나서기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그는 한국 음악팬들이 ‘쉬즈 곤’을 사랑하는 것을 보며 한국 활동을 결심했다.

마티예비치는 한국을 자신의 모국인 옛 유고슬라비아와 비교하며 친근감을 표하기도 했다. 그는 유고에서 분리 독립한 크로아티아 출신이다. 그는 “한국과 유고는 모두 내전을 치렀고 이런 갈등을 열정적인 음악으로 담아냈다는 점이 비슷하다”며 “한국 관객들이 외국 곡을 받아들일 때 까다롭게 선택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내 노래를 있는 그대로 좋아해주고 소통도 잘 돼 계속 한국을 찾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을 중심으로 일본과 중국에서의 활동도 준비중인 그는 “나만의 아시아 밴드를 따로 만들 생각”이란 계획도 들려줬다. 그는 한국에서 솔로 활동을 하면서 스틸하트 보컬로서의 음악 활동도 이어간다.

마티예비치는 1998년 첫 내한 공연을 시작으로 수십 차례나 한국을 찾았고, 한국 문화에도 익숙한 눈치였다. 그는 소주를 “초록색 악마”라 부르며 한국 음주 문화에 흥미를 보였다. 그는 “몇 년 전에 스틸하트 멤버들과 노래방을 가본 적이 있다”며 “만약 소주를 마시고 다시 노래방에 가 ‘쉬즈 곤’을 부른다면 재미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며 너스레도 떨었다.

마티예비치는 역경을 딛고 일어 선 스타다. 1992년 2집 발매 후 공연을 하다 공연 장비가 머리에 떨어져 큰 부상을 입었던 그는 후유증으로 한동안 고음을 낼 때 두통에 시달렸다. 기억력도 떨어져 2시간 동안 차를 타고 가 다 “내가 여기 왜 있지”라며 혼란을 겪은 적도 여러 번이다. 그는 “매일매일이 고통이었고 끔찍했다”며 “사고를 당한 해에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형제까지 잃어 모든 걸 잃은 기분이었다”며 힘겨웠던 시절을 돌아봤다. 그는 친구의 집에 얹혀 살 정도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마티예비치는 “이렇게 밑바닥을 경험해 새롭게 태어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사고 후유증을 완전히 떨쳤다는 마티예비치는 “이 역경 덕분에 한 단계 더 높은 음악적인 성과도 낼 수 있었다”며 양팔을 어깨 쪽으로 구부리며 힘 찬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는 “이제 막 노래를 시작하는 기분”이라며 “지난해까지도 힘들었는데 내가 좋아하는 한국에서 가수로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게 돼 감사하다”는 말도 보탰다.

양승준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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