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세를 미끼로 영세 자영업자에게서 수억을 가로챈 30대 세무사가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2014년 11월부터 1년여간 영세 자영업자 등 15명에게 종합소득세, 양도소득세 등을 낮춰주겠다며 6억7,600만원을 가로챈 혐의(사기)로 세무사 김모(36)씨를 구속했다고 8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해 3월 서초동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다 다른 사람에게 팔기 위해 가게를 내놓은 A씨에게 “양도소득세를 낮춰주겠다”며 접근했다. 그는 “매입ㆍ매출 자료를 만드는 데 돈이 필요하다. 돈은 2주 후 자료가 완성되면 돌려주겠다”며 2,000만원을 받았다. 2주 후 A씨가 돈을 달라고 요구했지만 김씨는 “곧 주겠다”며 시간을 끌었다.
그는 또 평소 알고 지내던 부동산중개사무소에서 상담을 하는 피해자들에게 ‘종합소득세를 합법적으로 낮춰주겠다’, ‘폐업 신고 때 발생하는 세금을 낮춰줄 수 있다’며 접근, 매입ㆍ매출 자료를 만드는 비용 명목으로 돈을 받은 뒤 돌려주지 않는 수법을 쓴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식으로 영세 자영업자 13명에게 적게는 500만원에서 최대 2억2,000만원까지 총 5억7,800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같은 세무사 2명에게는 “내가 관리하는 기장 거래처를 양도하겠다”며 9,800만원을 받고 실제 양도하지 않기도 했다.
경찰조사 결과 2006년부터 세무사 일을 시작한 김씨는 2014년 11월 주식 선물 옵션 거래에 투자했다가 실패해 4억 원 가량의 채무가 생기자 이를 만회하기 위해 사기를 결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피해자 7명의 신고를 바탕으로 조사를 실시, 추가 피해자 8명을 찾았고 김씨를 지난달 26일 구속했다. 경찰 관계자는 “본인의 신분을 악용해 세무지식이 없는 영세 자영업자를 속인 것”이라며 “세금을 낮춰주겠다며 돈을 요구하는 경우 세무서나 국세청에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경주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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