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호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8일 야권연대와 통합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당 잔류를 선언했습니다. 선거철만 되면 여야를 떠나 공천 결과에 반발해 탈당이 횡행합니다만, 이미 당으로부터 ‘공천 탈락’ 통보를 받은 송 의원의 잔류가 관심을 끄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송 의원은 더민주 내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 가장 가까운 인사로 꼽히기 때문입니다.
송 의원은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박원순 무소속 후보 대변인으로 발탁되면서 정치권에 입문했습니다. 이후 18대 총선을 앞두고 박 후보와 함께 민주통합당에 입당해 야권의 불모지였던 경기 의왕과천에서 당선됐습니다. 그러나 여의도 입성 이후 송 의원의 정치 이력을 보면 당내에서보다 안 공동대표와 같은 길을 걸으면서 주목을 받은 시기가 많았습니다. 지난 2012년 18대 대선 당시 문재인 민주통합당(현 더민주)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 간 단일화 논쟁 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던 송 의원이 탈당한 게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안풍(安風)’이 정점에 달한 시기에 자당 후보가 아닌 무소속 후보에 편에 섰기 때문에 민주당에선 추가 탈당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결국 문 후보와 안 후보는 후보 단일화를 이뤘으나 대선에서 패배했고, 이후 송 의원은 무소속 신분을 유지하면서 이듬해 4월 서울노원병 보궐선거에서 안 공동대표가 무소속으로 당선되는데 힘을 보탰습니다.
송 의원은 안 공동대표와 함께 제3 정당 창당에 매진했습니다. 그 결과 새정치연합 창당준비위원회까지 발족시키면서 그들이 주장해 온 여야 기득권 구조 타파가 현실화하는 듯 보였습니다. 그러나 2014년 3월 당시 안 공동대표가 김한길 대표가 이끌던 민주당과 전격 통합을 발표, 새정치민주연합을 창당했습니다. 송 의원은 합당 논의에 적극 참여하면서 결과적으로 자신이 공천을 받은 정당에 복귀했습니다. 이런 이력 때문에 안 공동대표의 거취나 의중이 논란이 될 때마다 송 의원의 언급은 바로미터 역할을 했습니다.
지난해 12월 안 공동대표가 탈당할 때에도 당 안팎에선 송 의원이 동반 탈당할 것이란 전망이 대체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송 의원의 잔류 선택은 의외였습니다. 일각에선 “3번(국민의당) 후보보다 2번(더민주) 후보로 나서는 게 선거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 아니냐”는 비판도 있었지만 송 의원은 지역구에서 묵묵히 선거운동에 임했습니다. 이런 와중에 송 의원은 2월 더민주의 현역 하위 20% 컷오프(공천배제) 대상에 포함되면서 더민주 후보로서 20대 총선에 나갈 기회를 잃었습니다. 송 의원이 안 공동대표와 가깝다는 사실이 의원들의 다면평가에 불리한 요소로 작용한 게 아닌가 하는 뒷말이 나왔고, 더민주 탈당파 의원 영입에 적극적인 국민의당에 입당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습니다. 현재 국민의당은 19석을 확보, 원내 교섭단체 구성요건(20석)에 1석이 모자란 상태입니다. 28일까지 1석만 더 채우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72억8,724만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안 공동대표와 가까운 송 의원의 영입에 공을 들여왔습니다.
송 의원은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국민이 야권에 실망하는 이유는 바로 야권이 통합해야 할 때 하지 않고 분열하기 때문”이라며 “그 신념은 지금도 변함이 없기 때문에 저는 우리 당을 버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이번 총선에서 불출마하기로 결심했다”며 “당분간 현실정치에서 물러나 반성과 성찰의 시간을 갖겠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4년 동안 여러 비난 속에서도 공천을 준 정당을 탈당한 뒤 신당 세력으로서 복귀한 명분이 ‘야권통합’이었다는 거죠. 최근 더민주와 안 공동대표의 국민의당 간 야권통합을 둘러싼 날 선 논쟁이 오가는 가운데, 송 의원의 ‘야권통합’ 주장은 묘한 울림을 주고 있습니다. 야권통합을 둘러싸고 더민주와 국민의당을 잇는 채널로서 제격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입니다. 하지만 송 의원은 “(더민주에서) 아직 그런 요청을 받은 바 없다”고 말했습니다만, 그가 현재 ‘통합불가론’에서 한 발짝도 양보할 수 없다는 안 공동대표를 움직이는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지도 또 다른 관전 포인트입니다.
김회경기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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