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덤 스콧/사진=트위터
'울며 겨자 먹기'로 시도한 변화가 애덤 스콧(36ㆍ호주)의 골프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태세다. 잊힌 스타 골퍼 스콧이 올 들어 제2의 전성기를 활짝 열어젖힌 데는 애지중지하던 롱 퍼터를 버리고 일반 퍼터와 집게 그립으로 바꾼 것이 결정적이라는 분석이다.
스콧은 7일(한국시간) '별들의 머니게임'으로 통하는 월드골프챔피언십(WGC) 캐딜락 챔피언십에서 역전 우승했다. 선두에 3타 뒤진 채 출발해 1타 차 역전을 일궈낸 힘은 마지막 날에만 무려 7개가 쏟아진 신들린 버디 퍼팅이다.
스콧이 지난 주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혼다 클래식에 이어 생애 첫 2주 연속 정상에 오른 건 우연이 아니다. 혼다 클래식은 21개월 만의 우승이었고 일반 퍼터를 사용한 대회 기준으론 유럽 투어였던 2010년 11월 바클레이스 싱가포르 오픈 이후 5년 3개월 만이었다.
긴 침체기는 퍼터 변경과 궤를 같이 한다. 지난 5년간 스콧 하면 50인치(약 127cm)에 가까운 롱 퍼터를 가슴에 고정시켜 퍼팅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그러다 작년부터 짧은 퍼터로 바꿨다. 또 왼손으로 그립을 잡고 오른손 손가락으로 받치는 집게 그립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어쩔 수 없는 변화였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0ㆍ미국)는 "퍼팅은 상체와 클럽을 조화롭게 컨트롤하는 것이지 아예 몸에 대는 것은 아니다"고 주장하며 앵커드 퍼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후 롱 퍼터 금지가 2013년 말 확정됐고 2년간 유예 기간을 거쳐 2016년 1월1일부터 본격 적용됐다.
결과적으로 억지로 입은 옷이 자신에게 딱 맞는 격이 됐다. 퍼터 교체 후 스콧의 퍼팅이 얼마나 좋아졌는지는 기록이 증명한다. 퍼팅+그린 적중으로 줄인 타수 부문에서 2.526으로 시즌 1위에 올라 있다. 퍼팅을 비롯한 쇼트게임이 그만큼 강했다는 뜻이다. 아울러 평균 버디 수 6위(4.65개), 평균 이글 2위(60홀 당 1개) 등의 성적도 빼어나다.
스콧뿐만 아니다. 세계랭킹 3위 로리 매킬로이(27ㆍ북아일랜드)도 퍼팅에 변화를 줘 재미를 봤다. 이번 캐딜락 챔피언십부터 오른손을 아래로 하고 왼손이 위로 가는 크로스 핸드 그립을 시도했다. 4라운드에서 샷 난조로 역전 당했지만 라운드를 거듭할수록 새로운 그립에 완전히 적응하는 모습을 보여 기대감을 높였다.
이번 대회 공동 3위에 오른 매킬로이는 그립 변화에 대체로 만족감을 나타냈다. 대회 뒤 미국 USA투데이와 인터뷰에서 그는 "대부분 괜찮았던 것 같다"고 총평하며 "단지 마지막 날 응당 이득을 누렸어야 될 홀에서 그러지를 못했다. 파5홀에서 버디를 낚지 못한 것이 패인"이라고 짚었다.
앵커드 퍼터 금지에 따른 변화의 바람은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에서도 예외가 없다. 지난해 KPGA 대상에 빛나는 '퍼팅의 달인' 이태희(32ㆍOK저축은행)는 스콧과 닮은꼴이다. 2011년부터 5년간 롱 퍼터의 한 종류인 길이 43.5인치 밸리 퍼터를 써왔는데 올해부터는 일반 퍼터를 잡게 됐다. 변경된 규정에 따라 피나는 연습과 체계적인 훈련을 통해 빠르게 적응하고 있는 이태희는 "밸리 퍼터나 일반 퍼터나 기본은 똑같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일반 퍼터를 안 써본 건 아니지만 오랜만에 사용하기 때문에 빠른 적응을 위해 그린 위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아직 완벽하다는 느낌은 없지만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재호 기자 kemp@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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