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석은 했지만 서면보고로 갈음
김무성 대표와 기싸움서 판정승
추가 공천서 영향력 더 커질 듯
“내가 최고위원회에 가서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하면 공천관리위원회의 독립성에 문제가 생긴다. 누구도 공관위에 압력 넣는 것은 용납할 수가 없다. 그걸 밝히고 온 거다.”
새누리당 최고위원들 앞에서도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은 위세가 눌리지 않았다. 7일 최고위원회에 참석한 그는 1차 공천 사항을 서면보고로 갈음하고, 따로 보고하지 않았다. 김무성 대표가 ‘상향식 공천’ 기조와 배치된다고 지적했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
이날 회의에선 공관위원장의 최고위 출석을 놓고 김 대표와 기싸움도 벌어졌다. 김 대표가 과거 관행을 들어 공관위원장의 직접 보고가 당연하다는 입장을 밝힌 데 대해 이 위원장은 독립성 훼손을 거론하면서 “최고위는 나를 부르지 말라”고 당당히 요구한 뒤 13분 만에 회의장을 나왔다.
요새 새누리당 의원들은 공천 관리의 실무를 맡은 이 위원장의 일거수일투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의 말 한 마디에 공천 후보자의 희비가 갈리는 형국이다. 이 위원장은 이미 “19대 국회는 국민 분노의 대상” “20대 국회는 다른 종류의 국회의원들로 구성돼야” “시원찮은 놈은 가려내겠다” 등 현역 물갈이 의지를 여러 차례 직설적으로 드러냈다. 또 ‘저성과자’, ‘비인기자’, ‘양반집 도련님’ 등을 공천에서 배제하겠다고 나름의 기준을 제시하기도 했다. 국회를 발목 잡는 야당 의원들의 지역구엔 ‘킬러(killer)’ 공천을 하겠다며 사실상 전략공천을 시사하기도 했다.
새누리당 당헌당규는 ‘비례대표 공천관리위’를 구성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지만 현재로선 ‘이한구 공관위’가 전담할 공산이 크다. 이날 김 대표마저 ‘이한구식 공천’에 속수무책인 모습을 보여주면서 공천 기간 이 위원장에게 힘이 쏠리는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대구ㆍ경북의 한 중진 의원은 “하명을 기다려야지, 1차 결정에 품평할 자신이 없다”고 했고, 경남의 한 중진 의원은 “김태환 의원에게도 귀띔 한 번 없었다는데 조용히 있어야 할 판”이라고 몸을 낮췄다. 서울의 한 재선 의원은 “(이 위원장) 눈밖에 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공관위 관계자는 “실무진이 이런저런 건의를 해도 이 위원장 뜻대로 회의가 진행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상현기자 lssh@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