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조종사노동조합의 방침에 따라 여객기 조종을 거부한 박모 기장에 대해 파면 결정을 내렸다. 지난달 20일 조종사 노조가 쟁의행위에 돌입한 이후 첫 징계 사례다.
7일 대한항공에 따르면 이날 오후 열린 운항본부 자격심의위원회는 지난달 21일 필리핀 마닐라발 인천행 여객기(KE624편)를 운항하지 않은 박 기장에 대해 파면을 의결했다. 회사측은 “인천발 마닐라행(KE621편) 비행 전 브리핑을 평소보다 3배 긴 60분 이상해 출발을 지연시킨 뒤 자신의 근무 시간이 초과됐다며 귀국편 조종을 거부했다”고 파면 이유를 밝혔다.
노조 교육선전실장인 박 기장은 지난 21일 오전 KE621편을 조종해 마닐라에 도착한 뒤12시간 휴식 후 KE623편으로 돌아올 예정이었지만 현지 공항 사정으로 마닐라 착륙이 24분 지연됐다. 박 기장은 KE623편을 조종하게 될 경우 ‘24시간 내 12시간 근무 규정’에 어긋난다며 운항을 하지 않았다. 그는 “안전한 운항을 위해 법과 절차를 지킨 기장의 정당한 권한행사이지 비행거부가 아니다”고 주장했지만, 사측은 “항공법상 비행근무시간은 13시간이고, 단협상 12시간도 비정상적인 상황에서는 14시간까지 연장된다”며 반박했다.
파면이 의결됐어도 박 기장이 재심을 청구하기로 해 중앙상벌심의위원회가 다시 한번 판단을 내리게 된다. 대한항공은 자격심의위 징계에 불복할 경우 중앙상벌심위의 재심 절차를 운영 중이다.
한편 대한항공은 ‘회사는 적자! 회장만 흑자!’ 등의 스티커를 부착한 조종사 21명도 9일 자격심의위에 회부할 예정이었지만 잠정 연기하기로 했다.
김창훈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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