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월까지 전년 대비 13% 감소
배출가스 조작ㆍ화재ㆍ시동 꺼짐 등
잇단 악재에 개소세 환급 거부 영향
“시장 이미 포화” 전망도 비관론 우세
2010년 이후 매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던 수입차 판매량이 올해 들어 두 달 연속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배출가스 조작, 잇따른 차량 화재 등 악재로 수입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7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 들어 2월까지 수입차 누적 판매량은 3만1,905대에 그쳐, 전년 동기(3만6,689대)대비 13.0%나 감소했다. 승승장구하던 수입차의 국내시장 점유율도 꺾였다. 2010년 6.9%에서 2012년 처음으로 10%대에 올라선 뒤 지난해 15.5%까지 치솟았던 수입차 점유울은 지난달엔 14.4%로 내려 앉았다.
올해 수입차의 판매 감소세는 국산차와 비교하면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지난달 개별소비세 인하 재개가 발표되자 국산차 판매량은 곧바로 상승 전환됐다. 그러나 수입차는 여전히 역성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대ㆍ기아차, 한국GM, 르노삼성, 쌍용차 등 국내 완성차 5개사의 판매량은 개별소비세 인하가 중단됐던 1월 10만6,308대로 전년 동기대비 4.8% 줄었다 개소세 인하가 재개된 2월(11만616대) 7.2% 증가로 돌아섰다. 반면 수입차 판매량은 개소세 인하 재개에도 1월 1만6,234대에서 2월 1만5,671대로 오히려 더 줄었다. 전년 동기대비로는 1월 -18.5%, 2월 -6.5%를 기록했다.
수입차가 뒷걸음을 치게 된 것은 계속된 악재로 수입차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것이 주요원인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9월 시작된 폭스바겐의 경유차 배출가스 조작 사건 파문, BMW의 잇따른 차량 화재, 메르세데스-벤츠의 시동 꺼짐 등이 대표적인 악재로 꼽힌다.
그럼에도 수입차 업체들은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지 않아 불만을 키우고 있다. 폭스바겐은 미국 소비자들에게 1,000달러(한화 120만원) 상당의 현금과 상품권을 줬지만 한국 소비자들에게는 별다른 보상책을 제시하지 않았다. BMW와 메르세데스-벤츠는 문제 차량을 환불 또는 교환해줬으나 화재와 시동 꺼짐 현상의 원인은 여전히 명확하지 않다.
여기에 일부 수입차 업체들이 개소세 인하가 소급 적용된 1월 판매분에 대해서도 환급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수입차에 대한 여론은 더욱 악화하고 있다. 수리 비용이 비싸고 서비스센터가 부족한 수입차의 고질적인 문제에 다른 문제까지 겹치면서 향후 판매에도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수입차 업체 관계자는 “수억원에 달하는 메르세데스-마이바흐 판매량이 세계 2위에 달할 정도로 한국의 수입차 시장은 비정상적이었다”며 “언젠간 꺼질 거품이 악재가 이어지며 시점이 앞당겨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수입차의 판매 감소가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수입차 시장은 이제 포화상태에 도달했다“며 “법인차 비용 인정 제한, 자동차세 가격기준 부과 개정 검토, 개소세 환급 부작용 등으로 수입차 판매량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내다봤다.
허정헌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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