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논의를 둘러싼 야권의 갈등이 위태위태하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최근 통합 논의 과정에서 험한 말을 주고 받으며 갈등을 키웠다. 한 달밖에 남지 않은 4.13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5분의3이 넘는 180석 획득이 목표라는 마당에 좀처럼 갈피를 잡지 못하는 야권의 모습이 우려를 자아낸다.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가 6일 기자회견에서 “사방에 적뿐인 광야”라며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의 야권 통합 제의를 물리친 데 대해 김 위원장은 “자제력을 상실했다”고 쏘아붙였다. 당이 쪼개진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야권 통합을 제의한 당사자의 말로서는 정도가 지나치다. 야권의 맏형으로서 보다 포용력 있는 설득의 자세로 통합 제의의 진정성을 보이지는 못할망정 상대 당 대표에게 할 소리는 아니다. 가뜩이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중단 국면을 벗어나기 위한 술수, 국민의당 분열을 노린 패권주의라는 의심을 받아온 터에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라는 심산이 아니고서야 이리 감정적으로 맞받아칠 게 아니다.
이에 덧붙여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는 “국민의당은 이미 실패했고, 공천을 받기 위한 당이 됐다”고 폄하했다. 안 대표를 겨냥해서는 “이해할 수 없는 선택”이라고도 했다. 발끈한 국민의당은 “야권 분열의 책임자”“양심의 가책을 느끼라”“상왕정치 그만하라”는 등의 원색적 표현으로 반발했다. 이렇게 얼굴을 붉히며 싸우고 있는 두 야당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웃으며 손을 맞잡기는 어려워 보인다. 설사 정치적 이유로 어쩔 수 없이 손을 잡더라도 국민의 실소를 자아내기 십상이다. 국민의당은 더민주와의 통합ㆍ연대 문제를 놓고 공동대표끼리 파열음을 내고 있는 상황도 상식으로는 납득하기 어렵다.
선거라는 대사(大事)를 앞둔 야권의 신경전과 갈등은 그 목적이 의심스럽다. 말로만 ‘개헌 가능선 저지’를 호소하면서, 서로 말로 쥐어 뜯기에 바빠서야 유권자들이 표를 몰아줄 리 만무하다. 일방의 독주를 우려하고, 견제와 균형이 이뤄지기를 기대하는 다수 국민, 특히 중도층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국민의당 의원총회 결과나 안 대표의 기자회견을 통해 야권통합은 사실상 물 건너 갔다. 이런 상황에서도 서로 패권을 다투듯 상대를 쓰러뜨리고 살아야겠다는 자세라면, 총선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 아직 가능성이 남은 두 야당의 부분적 공조나 연대 또한 서로를 존중하는 자세 없이는 불가능하다. 나날이 차가워지고 있는 국민의 눈길을 의식한다면, 야권은 이미 선을 넘어선 이전투구부터 멈춰야 한다. 역량이 남았다면, 차라리 정책ㆍ공약 대결에 쏟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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